경제학자·기업인 97% "외국자본, 경제에 도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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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리서치가 경제.경영학자와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외국자본에 대한 경제전문가들의 시각을 잘 보여 준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자본이 한국경제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는 응답이 50%에 이르는 등 97%가 외국자본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92.3%가 한국경제뿐 아니라 기업 경영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답했다. 이런 긍정적인 평가엔 기업인과 경제.경영학자 간에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외국자본이 어떻게 한국경제와 기업 경영 개선에 기여했는지' 두 가지를 선택하라는 질문에 대해 첫째로 많은 응답자(75.5%, 복수응답)가 수익성 중심의 경영 개선에 기여했다고 답했고,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도움이 되었다는 응답(60.1%)이 둘째로 많았다. 일자리 창출이나 기술 축적에 기여했다는 답은 불과 6.7%와 1.9%밖에 되지 않았다. 제조업에 투자한 외국자본보다는 금융회사를 인수하거나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선 외국자본이 더 부각되었던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외국자본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76.9%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중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27.9%, 약간 바람직하다는 사람이 49%였다. 향후 외국자본의 '확대'에 대해 좋게 생각하면서도 그동안 외국자본의 '기여'만큼 좋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경제인들의 의식 속에 외자의 부정적인 행태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외국자본의 어떤 점이 한국경제와 기업 경영 개선에 장애가 되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외국자본의 과도한 배당 또는 자사주 매입 요구로 인한 국부의 해외 유출'을 꼽는 응답(44.2%, 복수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투기적 행태로 국내 자본시장을 교란시킨 점(37%)이 지적됐다. 적정한 과세가 이뤄지지 않아 조세 형평성이 훼손된 점(36.5%), 국내 기업이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자원을 낭비하는 점(24.5%) 등을 꼽은 사람도 적지 않았다. 현재 한국의 법과 제도가 외국자본에 대해 얼마나 개방적인가에 대해서는 57%가 개방적이라고 답했고, 43%가 폐쇄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조사는 11월 12일부터 4일간 e-메일을 통해 기업인 165명과 경제.경영학자 43명을 상대로 한 조사였다.

김정수 경제전문기자,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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