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경쟁 가속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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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금융회사 간 ‘금리 전쟁’이 뜨겁다. 은행권에선 예금 이자를 올리고, 대부업계는 대출 이자를 낮춰 고객 잡기에 나섰다. 올 들어 연일 ‘금리 파괴’ 행보를 보이고 있는 HSBC은행과 대부업체 러시앤캐시가 선두 주자다. 이들의 금리 경쟁은 지금까지처럼 전체 금융권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 곳에서 금리를 높이면 다른 금융회사 입장에선 고객을 뺏기지 않으려고 결국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19일 HSBC은행은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3개월에 연 5.2% 금리를 주는 정기예금을 내놓았다. 같은 조건으론 은행권 최고 금리 상품이다. 특판 예금을 제외하면 다른 시중은행들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보다도 높을 정도다. 게다가 금액별로 에스프레소 머신과 캠코더도 선물로 준다. HSBC의 이런 금리 파괴가 또 한 차례 다른 은행의 금리 경쟁을 부를지는 미지수다. HSBC는 올 2월 연 5% 보통예금 통장을 내놓아 큰 인기를 모았다. 덕분에 다른 은행들은 예금이 계속 줄었지만 HSBC는 연초 3조원대였던 예금 잔액이 9월 말 현재 6조원대로 크게 늘었다. 그러자 다른 은행들도 연 4%대 보통예금 통장을 속속 내놓았던 전례가 있다.

간판 대부업체인 러시앤캐시도 이날 연 18%대의 소액신용대출 상품을 선보였다.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사와 같은 제도권 금융회사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현재 러시앤캐시의 전체 대출 고객 30만 명 중에서 연 18% 최저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고객은 2만 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대부업체는 물론 저축은행들도 이런 금리 공세에 당황할 정도”라며 “당분간 지켜보겠지만 대형 업체들로선 결국 금리 경쟁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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