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미국대선] 존 케리 의원과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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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밤(현지시간) 존 케리 상원의원의 모습은 민주당 대통령 경선후보가 아니라 백악관의 대통령 같았다. 버지니아주 주도의 컨벤션센터에서 당이 주최한 '제퍼슨 잭슨의 날' 만찬모임에 참석한 그는 10일 있을 버지니아주 예비선거를 의식하지 않는 듯 시종 여유있는 표정이었다.

케리 후보 주변은 경호원과 보좌관들로 '인의 장막'이 쳐져 있었다. 지지자들 속에 묻혀 인의 장막으로 접근하다 '우연히' 짧은 인터뷰가 이뤄졌다. 2천여 당원이 몰린 이날 행사에는 CNN.ABC.NBC.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주류 및 지역 언론을 비롯해 BBC 등 해외 언론 기자 1백여명이 치열한 취재경쟁을 벌였다.

케리 상원의원은 "중앙일보 기자"라고 신분을 밝힌 뒤 질문하려 하자 의외라는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한인 사회가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커뮤니티의 하나며 한인 사회도 미국의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미주 한인 사회에 케리 상원의원의 의견을 직접 소개하고 싶다"고 하자 미소를 지으며 "북한 핵 문제는 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또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하지 않은 것은 무모한 일"이라면서 "공화당 행정부가 정권을 잡은 이후 대북 포용정책을 거부해 사태가 악화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외교정책에 할 말이 많아 보였다.

"부시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현대사에서 가장 오만하고 서투른 정책"이라고 꼬집은 뒤 "나는 동맹국을 중시하는 시대(New Era of Alliances)를 열겠으며 대(對)한반도 정책도 마찬가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인도 관심이 많은 불법 체류자에 대한 영주권 허용 법안 움직임에 대해 "이민은 미국 역사의 중추"라면서 "(지난달 부시 대통령이 발표한 불법체류자에 대한 3년간 합법지위 부여안은) 모욕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짧은 인터뷰 뒤 케리 상원의원은 연단에 올랐다. 모임엔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 웨슬리 클라크 전 나토사령관 등도 참석해 연설했지만 케리 상원의원에게 가장 많은 박수와 환호가 몰렸다. 그가 연설한 뒤 사라지자 기자도 절반 이상 빠져나갔다.
워싱턴지사 박성균 기자boh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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