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배낭여행 안내서, 한국 왕 중국식 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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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여행 안내서인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이 고구려의 제19대 임금인 광개토대왕(태왕)의 호칭과 이름을 모두 중국식으로 표기해 소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론리 플래닛이 펴낸 국가별 여행 안내서 중 2007년판 '중국(China)'은 길림성 편에서 집안(集安)에 있는 고구려 유적인 광개토대왕비(碑)를 ‘하오타이왕 스틸리’(Haotaiwang Stele)로 소개했다. 출판사는 내용 설명에서 광개토대왕을 “‘하오타이왕’(Haotaiwang)으로 알려진 ‘Tan De (374~412)’”라고 소개했다. ‘하오타이왕’은 호태왕(好太王)의 중국어 발음이다. 중국은 광개토대왕을 ‘하오타이왕’이라고 부른다. 또 ‘탄 데’(Tan De)는 광개토대왕의 이름인 담덕(談德)을 중국어로 표기한 것이다.

장군총은 본래의 의미를 살려 ‘General’s Tomb’이라고 소개한 후 내용 설명에서 중국어 발음을 병기했다. 론리 플래닛은 고구려가 한국의 왕조라고 밝혔지만 고구려 왕의 호칭과 이름은 모두 중국식으로 표기한 것이다.

한편 론리 플래닛은 백두산도 다뤘다. 백두산은 중국 쪽 호칭인 ‘창바이샨’(Changbaishan)으로, 천지는 ‘Heaven Lake’와 함께 천지의 중국식 표기인 ‘톈지’(Tian Chi)를 병기하면서 한국에서는 백두산(Paedusan, Mt Paekdu)이라고 부른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2004년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는 중국 정부의 신청을 받아 요녕성과 길림성 일대의 ‘고구려 수도와 왕·귀족릉’(Capital Cities and Tombs of the Ancient Koguryo Kingdom)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재했다. 당시 중국 정부가 영어로 작성해 유네스코에 제출한 관련 문서에도 광개토대왕을 포함, 유적과 관련해 등장하는 역대 고구려 왕의 호칭은 모두 중국어 발음으로 표기됐다. 이 문서들은 유네스코 홈페이지(www.unesco.org)에서도 볼 수 있다.

김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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