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전문업체 육성시급-홍콩전문가가 본 한국임대시장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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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90년대이후 서울강남을 비롯해 대도시마다 고층빌딩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지만 사무공간의 비약적 확대에 걸맞은 빌딩 문화의 질적 성장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임대빌딩의 수익확대 전략 세미나에 참석한 홍콩 부동산회사 컬리어스 자딘 한국주재원 허무룡(許武龍37.호주 시드니공대 부동산경제학과졸)씨의 경험을 통해 한국 임대시장의 척박한 풍토를 짚어본다.
홍콩의 외국인회사에 다년간 근무하다 한국에 들어와 사무실을 하나 구하려고 한 許씨가 우선 가장 이상하게 느낀 것은 업무용빌딩의 공급추이나 공실률.임대료등 사무실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홍콩은 물론 웬만한 선진국이면 빌딩전문정보회사가 다수 존재할뿐더러 임대사업자의 협회가 있는 경우가 많아 빈 사무실이나 임대료에 관한 공신력있는 자료를 쉽게 받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許씨는『이 때문에 사무실임대료는 물론 관리비를 산정하는데도 상당부분 건물주의 자의적 계산이 앞서기 일쑤고 특히 1년마다 한번씩 찾아오는 임대료 인상협상때 건물주들이 적절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채 「옆건물이 올린다고 하니 우리도 올려야 한다」는 이유로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고 나서 마찰이 빚어진 경우가 더러있었다』고 말했다.
순수 전용면적만으로 임대료를 산출하는 외국과 달리 전용면적과공유면적을 합한 임대면적으로 임대료를 정하는 우리 특유의 계산방식도 혼란과 분쟁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공유면적의 비율은 건축법 개정등으로 가변적이게 마련이고 특히한국의 경우 60년대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그 변화의 정도가 극심한 터에 공유면적을 포함한 임대면적을 기준으로 임대료를 산정하는 것은 불합리한 관행이라는 것이다.
許씨가 지적하는 또하나의 큰 결함은 그럴싸한 외관에 비해 보잘 것없는 내부시설이다.『지난달 초 완공된 강남 H빌딩과 사무실 임대계약을 추진했던 미국의 한 회사관계자는 화려하고 웅장한빌딩외관으로 인해 가졌던 호감을 단숨에 망칠 수 밖에 없었지요.선진국수준의 컴퓨터관련 배선이 미흡했던 것은 그렇다치고 천장자재가 엉망이고 바닥에 심어진 전화선이 밖으로 삐져 나온 모습을 목격해 되돌아선 일이 있지요.』 許씨는 결론적으로『빌딩임대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업무용 빌딩을 임대에서부터 관리까지 과학적으로 대행해주는 전문부동산 회사가 발달해야 하고빌딩을 하나의 상품으로 간주해 사무실 하나를 고르는데도 까다롭게 구는 소비자주권이 발휘돼 빌딩품질을 끌어올리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金炫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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