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대전 축구팀 배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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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마케팅 부서에서는 같은 연고지(대전)인 프로축구팀 대전 시티즌 배우기가 유행이다. 한화 관계자들은 지난달 대전의 홍보 담당자를 만나 관중 동원에 관한 노하우를 들었고, 열성적이기로 유명한 대전의 서포터스 '퍼플크루'도 만났다.

1986년부터 대전의 '터줏대감'을 자처했던 한화가 '굴러온 돌'이나 다름없는 축구팀에 머리를 숙여 한수 배우게 된 데는 지난해 '대박'으로 평가되는 대전의 성공 때문이다.

대전은 지난해 41만9천7백94명의 홈 관중을 유치했다. 12개 프로축구팀 중 1위였다. '대전 축구 특별시'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대전 월드컵 구장에는 경기마다 열기가 가득 찼다. 홈경기 승률은 무려 77%가 넘었다.

반면 한화는 죽을 쒔다. 지난해 홈 관중 수는 16만2천7백35명으로 프로야구 8개 팀 중 꼴찌에서 둘째였다. 2002년에도 6위에 불과했다. 최근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성적도 홈 관중이 찾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한화는 지금 대전과 공통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 축구 입장권을 들고온 손님에게 야구 입장권을 할인해 주는 것도 한가지 아이디어다. 두 팀의 홈구장 전광판에 서로 경기 일정이나 경기 결과를 안내하는 안도 있다.

한화에서는 대전의 김광식 사장이 한화의 단장 출신이라 원만한 협조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같은 지역 프로팀끼리의 공동 프로모션이 일반적이다. 올해 미식축구 수퍼보울에서 보스턴의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우승하자 야구팀인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우승 축하 광고를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한화 주재근 마케팅 팀장은 "축구와는 경기 방식도 다르고 경쟁 의식도 있었지만 팬들의 사랑을 받아야 구단이 살 수 있다는 점은 같다. 이번을 계기로 프로스포츠 간에 상생(相生)의 법칙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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