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사관학교’ 골드먼삭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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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먼삭스 출신 인사들의 ‘전성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16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위기에 빠진 메릴린치의 새 대표에 존 테인 뉴욕증권거래소 최고경영자(CEO)가 발탁되면서 골드먼삭스 인맥의 위력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테인은 골드먼삭스의 최고영업책임자(COO) 출신이다.

 뉴욕 맨해튼에 본사를 둔 골드먼삭스는 ‘금융계의 사관학교’로 불린다. 수십 년간 미국의 재계·정계를 움직이는 핵심 인물들을 배출해 냈기 때문이다. 현 미국 재무장관인 헨리 폴슨과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 씨티그룹 회장은 골드먼삭스 CEO를 지냈다. 존 코자인 뉴저지 주지사, 조슈아 볼턴 백악관 비서실장, 로버트 스틸 재무부 국내 재정담당 차관도 골드먼삭스 사단의 일원이다. 이 밖에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 등 골드먼삭스 출신은 세계 각지에 포진해 있다.

 골드먼삭스 출신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강한 결속력과 특유의 엘리트 문화 덕분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평가했다. 골드먼삭스에서 파트너 자리에 오르려면 9~12년 동안 이른바 ‘360도 다면 평가’를 받으며 최고급 인재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경쟁해야 한다. 최고의 엘리트만이 살아남을 환경이 조성돼 있는 것이다.

 또 골드먼삭스는 여생을 걱정하지 않을 정도의 부를 축적한 뒤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퇴직하는 독특한 문화도 갖고 있다.

 ‘밀어주고 끌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인맥들도 넓게 퍼져 있다. 볼턴 백악관 비서실장은 스티븐 프리드먼 국가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백악관에 불러들였고, 로버트 루빈을 클린턴 대통령에게 소개한 인물도 골드먼삭스 출신인 케네스 브로디였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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