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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군,쿠웨이트국경 대이동 再침공이냐 군사시위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2개사단 규모의 이라크 병력이 쿠웨이트국경으로 이동한데 대해미국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빌 클린턴 美대통령은 7일 즉각 이라크의 행동을 예의주시한다고 경고했으며,매들린 올브라이트 駐유엔 미국대사는 유엔의 對이라크 금수(禁輸)등 제재 철회조치는 이라크의 행동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이같은 반응은 윌리엄 페리 국방장관의 논평에서 보듯 이라크군의 이동이 통상적인 군사훈련 수준을 넘은 데 따른 것이다. 일부 美언론은 이라크군의 움직임이 유엔제재 중지를 얻어내려는 이라크의 시도로 보고 있다.워싱턴의 중동문제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라크군의 시위가 결코 제재철회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할 수 없다면서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이 왜 현시점을 군사력 시위의 시기로 택했느냐는데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관측통들은 걸프전 이후 상대적으로 자제해온 후세인이 군사행동재개로 정치 지도력을 완전 회복했음을 국제사회에 과시하는 한편,현재 어려운 입장에 놓여있는 클린턴행정부로부터 즉각적인 보복을 피할 수 있는 기회로 현시점을 택했다고 분석 하고 있다.
후세인대통령은▲선거를 한달 앞둔 클린턴대통령이 대외군사행동에부자유스런 입장인데다▲상당수 미군이 아이티에 진주하고 있어 미군의 추가적인 대이동이 어렵고▲북한핵문제로 외교적 딜레마에 빠져 있는 미국정부가 다시 중동문제로 정치적 핫이 슈를 만들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이들 분석가는추측하고 있다.
이들은 그러나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재침공할 경우 완전 몰락할것이라는 사실을 그 자신이 잘 알고 있기때문에 시위 이상으로 발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한편 제임스 베이커 前미국무장관은 후세인이 예측 불가능하고 비논리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이라크군의 비정상적 움직임이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걸프전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그는 90년 이라크군이 쿠웨이트를전격 침공하기 직전 이라크군의 대규모 이동에도 불구하고 쿠웨이트 침공 가능성에 회의적 판단을 내렸다가 미국이 당한 경험을 지금도 아프게 간직하고 있다.
걸프지역에는 美병력 1만2천명이 주둔하고 있지만 후세인 대통령의 전격침공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워싱턴 관측통들은 미국이 걸프지역으로 항모를 급파하는 등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군사적.정치적으로 나쁜 시기에 이라크군이 다시 전쟁을 유발할 지도 모른다는 경계심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워싱턴=陳昌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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