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유랑 과거 실력자 어디서 무얼하고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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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요주의 인물」-.
캐나다 공항당국이 판정한 이원조(李源祚.前민자당의원)씨의 근황이다. 그가 요주의 인물로 찍힌 이유는 이렇다.동화은행 뇌물수수사건이 한창이던 작년 5월 출국후 주로 일본에 체류중인 李씨는 1회 체류기간이 15일인 복수비자를 갖고 있다.따라서 15일마다 체류기간을 연장해야 한다.체류연장은 일본 현지에 서는안된다. 그래서 李씨는 괌이나 캐나다로 자주 날아가 그곳 일본대사관에서 체류신청을 새로 한다는 것.이런 사정을 알 리 없는캐나다 공항당국에서는 李씨의 반복되는 출입국에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고 李씨 역시 이런 고민을 말할 수 없는 노릇.
결국 캐나다 공항당국은 李씨의 여권에 요주의 도장을 찍었다는것이다. 李씨는 지병인 당뇨 때문에 고생한다고 한다.그가 서울에 돌아오고 싶어 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금년초에도 그는귀국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으나 당국이 말렸다고 한다.
그가 들어올 경우 사정(司正)의 형평성 논쟁이 일어날까 걱정했기 때문으로 정치권에서는 알려졌다.그는 법적인 하자가 없다.
검찰은 이미 지난해 11월 내사종결이라는「면죄부」를 준 바 있다.이는 그가 대통령선거때 민자당의 정치자금 조달 에 기여한 공로 때문이라고 야당은 주장했으며 아무런 장애없이 서울을 빠져나갈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라는 소문이 정치권에 파다했다.
사정한파 속에 벌어진 해외도피의 또다른 인물은 이용만(李龍萬)前재무장관.
역시 동화은행사건에 연류된 그도 이원조씨처럼 대선때 정치자금조달을 위해 재계의 파이프라인 임무를 맡은 것으로 소문이 돌았다.지난해 3월부터 일본에 머무르는 이용만씨는 자신의 이런 역할에 관한『내막을 공개하겠다』는 얘기를 주변에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원조.이용만씨는 귀국의 계기를 찾는 것이 마땅치않다.前포철회장 박태준(朴泰俊)씨 귀국문제도 노모 사망이라는 명분이 없었으면 실마리를 찾기 힘들었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지난해 3월 포철에 대한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서울을떠났던 朴씨는 동경시내에서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13평 아파트에서의 칩거 생활을 계속해왔다.그는 일본생활중 한국인사들은 철저히 피했으나 나카소네前총리등 일본정계인사들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지난 5월 부인의 담석증 수술을 위해 미국에 갔을 때는 US스틸의 前회장인 노드릭씨가 직접 자가용 비행기를타고 찾아와 우의를 다졌다고 한다.
그는 작년말『한국논단』과의 인터뷰에서『도대체 내가 무슨 큰 죄를 지었나.당시 노태우(盧泰愚)대통령이 후보사퇴를 종용하지 않고 내가 선거에 나갔더라면 김대중(金大中)씨가 당선됐을 것…』이라고 해 한창 시끄러웠다.이 때문에 그에 대한 『정치적 사면 얘기는 한동안 쑥 들어 갔다』고 김윤환(金潤煥.민자.군위-선산)의원은 얘기한다.
그는 지난번 자신이 세운 포항공대의 김호길(金浩吉)학장 사망소식을 듣고 한동안 식사를 안할 정도였다고 한다.율곡비리 연루혐의로 지난해 미국으로 간(93년5월)김종휘(金宗輝)前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지난해 10월 모친상을 당했지만 귀 국하지 않았다. 그는 미 연구재단의 초청으로 미국에 1년동안 가있겠다고 출국했다가 아예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그는 올 4월말로 만료된 자신의 미국취업비자를 연장했다.당초그는 미국영주권을 신청했으나 우리 정부가 미국정부에 문제를 제기해 바꿔진 것.
〈朴普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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