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김경태, 일본 그린 삼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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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구름 갤러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경태가 11번 홀(파3)에서 아이언으로 티샷을 하고 있다. 이 홀에서 허석호가 홀인원을 기록했다. [던롭 제공]

“형, 축하해.” “너도 잘 쳐라.”

  두 선수는 다정한 형제 같았다. 국가대표 선후배 사이인 김경태(21·신한은행)와 이동환(20·고려대)의 프로 첫 대결에서 1라운드는 형의 완승이었다.

 김경태는 15일 일본 미야자키 피닉스골프장(파70·6919야드)에서 개막한 일본프로골프투어 던롭피닉스 토너먼트 1라운드에서 5언더파(버디 7, 보기 2)를 쳐 이언 폴터(영국), 무도 도시노리(일본)와 함께 공동 선두에 올랐다.

 이동환은 이븐파 공동 37위로 출발했다. 17번 홀까지 2언더파로 순항하다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더블보기를 한 것이 아쉬웠다. 허석호(34)는 11번 홀(파3·165야드)에서 7번 아이언으로 행운의 홀인원을 잡아 공동 6위(3언더파)를 달렸다. 공식 대회에서만 15번째 홀인원이었다.

피닉스 골프장은 거리가 다소 짧은 대신 페어웨이가 무척 좁은 편이었다. 소나무 숲이 무성해 티샷이 빗나가면 1타 이상 잃을 각오를 해야 하는 까다로운 코스다.

 10번 홀에서 출발한 김경태는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스코어를 줄여 나갔다. 이동환이 ‘불’이라면 김경태는 ‘물’이었다. 같은 조의 이시카와 료(16)는 일본에서 ‘골프 천재’로 불리는 아마추어 선수다. 이시카와를 응원하는 2000여 명의 갤러리 속에서도 김경태는 부드러움을 잃지 않고 줄버디 행진을 했다. 16번(파4), 17번(파3), 18번(파5) 홀에서 3연속 버디를 잡아내더니 3번(파3), 4번(파5), 5번(파4) 홀에서도 다시 ‘사이클 버디’를 추가했다. 피닉스 골프장은 김경태를 위한 맞춤 코스처럼 보였다.

  올해 KPGA투어 신인왕 김경태가 선두에 나서자 일본 언론도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김경태가 일본어를 하지 못한다고 하자 지난해 일본투어 신인왕 이동환이 통역을 맡았다.

  김경태는 “2언더파 정도가 목표였는데 예상 외로 경기가 잘 풀렸다. 퍼팅이 특히 잘됐다. 아이언 샷 감각도 좋아서 과감하게 쳤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마친 뒤 28일부터 열리는 일본프로골프투어 퀄리파잉 스쿨에 도전할 예정이라는 그는 “지난해 일본 오픈에서도 2라운드까지 선두로 나섰다가 무너진 경험이 있는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김경태와 이동환에게 서로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경태 형 샷은 절대 빗나가는 법이 없어요. 쇼트 게임도 좋지요.”

  “동환이 샷은 나무랄 데가 없어요. 한마디로 시원시원해요.”

  미야자키=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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