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우주 ? 알고보면 시끌벅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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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우주는 매우 조용한 곳으로 알려져있다. 소리를 이동시켜주는 매질이 없기 때문이다. 소리라는 파동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영화 '에일리언'에서도 우주에서는 아무리 고함을 질러도 들리지 않는 모습이 잘 표현됐다.

소리는 고체와 액체.기체 등 반드시 매개체가 있어야 인간의 고막과 신경세포를 거쳐 뇌에 전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우주에서 토성이 울고, 태양은 종을 울리며, 블랙홀이 연신 폭발음을 내뿜는다면…. 최근 하버드대와 스미소니언 연구소의 공동연구팀이 "우주는 매우 시끄러운 곳"이란 이색적인 주장을 펴 눈길을 끌고 있다. 단지 인간의 청각으로는 들을 수 없는 영역이란 설명이다.

대중과학잡지 '디스커버' 최근호에 따르면 찬드라 X선 천체망원경이 2백50만광년 떨어진 페르세우스 성단 중심부의 거대한 블랙홀에서 발생하는 음파를 잡아냈다.

찬드라 X선 망원경은 우주에서 발생하는 X선 영역을 담아내는 망원경으로 1999년 지구궤도에 올려졌다. 83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인도 태생의 천체물리학자 수브라마니안 찬드라 세카르의 이름을 땄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피터 에드먼즈 박사는 "블랙홀 자체가 아닌 주변부의 뜨거운 가스층에서 음파와 같은 퍼짐현상이 발생했다"며 "이 현상은 매우 규칙적으로 발생하는 수준이어서 새로운 지표로 삼을 만하다"고 설명했다.

초당 2백62차례 진동하는 소리를 음계의 중간 '도'라고 했을 때 페르세우스 성단에서 발생한 음파의 진동수는 매우 낮은 '시'로 정의했다. 이 같은 소리는 인간의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수준이다.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저음은 초당 20번 정도 울리는 수준이지만 이들의 진동수는 1천만년에 한번이기 때문이다. 페르세우스 성단의 '시'는 중간 '도'에서 57옥타브나 낮은 것이다.

소리를 옮겨주는 매개체 역할을 가스와 플라스마가 맡는다는 것이 에드먼즈 박사의 부연 설명이다. 가스와 플라스마가 소리의 매개체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주장은 토성을 둘러싸고 있는 띠를 통해서도 제기됐었다.

이 같은 현상은 태양에서도 관측됐다. 태양관측 위성인 SOHO도 태양 표면에서 발생한 폭발 현상에서 거대한 음파가 퍼져나가는 모습을 감지해 미 항공우주국(NASA)으로 보내왔다. 이 음파는 한시간에 약 15만㎞를 퍼져나갈 정도의 속도다. 허리케인에 버금가는 바람이 화성에서도 불고 있지만 공기층이 희박해 그 소리는 사람에게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라는 것이 에드먼즈 박사 연구팀의 주장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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