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청와대서도 우리 자전거 탑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청와대는 9월 업무용 전기자전거 6대를 구입했다. 경남 창원시, 충남 아산시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 20여 곳도 총 200여 대의 전기자전거를 쓰는 것으로 집계됐다. ‘환경 올림픽’으로 불리는 내년 11월 ‘2008 람사르 창원 총회’에서도 습지 투어용으로 전기 자전거를 채택했다. 모두 경남 창원공단에 자리 잡은 ㈜삼현이 내놓은 ‘하이런’이란 토종 브랜드 자전거다.

황성호(50·사진) 대표는 “환경 문제가 심각해질수록 소음과 오염물질이 없는 전기자전거가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중국이나 유럽에서는 전기자전거가 인기다. 국내에도 주요 부품인 모터를 수입해 조립한 전기자전거는 적지 않다.

하지만 하이런은 삼현이 자체 개발한 BLDC 모터를 장착했다. 모터를 둘러싼 바깥 틀이 직접 회전하는 외전형(外轉形)이다. 일반 모터와 달리 전기를 흘려 주는 카본 브러시가 없어 효율이 높은 첨단 제품이다. 그는 “자전거 뒷바퀴의 중심 축에 자리 잡은 이 모터가 바퀴를 직접 돌린다”며 “에너지 손실이 적어 한 달 전기료는 1000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1988년 직원 10명을 데리고 자동차 시동모터를 만드는 삼현을 세웠다. 이를 종업원 100명에 연매출 400억원의 중견기업으로 키웠다. 그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GM과 현대자동차, 레미·델파이·덴소 같은 부품업체에 공급한 덕분에 외환위기를 정리해고나 임금 삭감 없이 극복했다”고 말했다. 2002년 4월에는 중국 톈진(天津)에 현지공장을 세웠다.

BLDC모터에 주목한 것은 2001년부터다. 오염물질인 카본 브러시가 없어 유럽 쪽 수출 전망이 밝다고 봤다. 연매출의 10%를 연구개발(R&D)에 쏟아 부은 끝에 2005년 개발에 성공했다. 이 모터와 제어기로 구성된 전기자전거 핵심 부품 키트를 유럽 10여 개국에 수출한다. 지난해 9월 생산을 시작한 하이런 전기자전거는 하루 네 시간 충전으로 35∼40㎞를 달린다. 최고 시속은 24㎞ 정도. 일반 자전거처럼 페달을 밟으며 달리다가 힘들면 모터 동력을 이용한다. 39만∼87만원선. 전기 스쿠터, 환자용 전동 휠체어 시제품 개발도 마쳤다.

창원=김상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