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이념으론 한 걸음도 못 나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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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14일 경기도 성남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성공 시대를 향한 경기 비전 선포대회’에 참가해 남경필 경기도당 위원장으로부터 비전 선포문을 전달받고 있다. [사진=오종택 기자]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경제 이슈'에 선거 전략을 집중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와의 갈등이 수그러들고, 대구.경북에서 이회창 무소속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뒤다.

이 후보는 14일 경기도 성남 상공회의소에서 '민생경제 살리기 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선대위 안에 설치된 '경제 살리기 특위' 위원장 직을 겸하고 있다. 이 후보는 "76.6%의 국민이 차기 정부의 과제로 '경제'를 꼽고 있다는 조사가 있다"며 "한나라당은 국민이 원하는 경제 살리기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의 각계각층이 모두 어렵다고 하고 있다"며 "이런 와중에도 민생경제는 도외시하고 이념 논쟁이나 국민이 원치 않는 길로 갑론을박하는 게 지금의 정치 풍토"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 번 밤을 새워 한국 경제를 걱정하고, 허심탄회하게 토론하는 시간을 갖자"고 참석자들에게 제안했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들은 "이회창 후보의 안보형 보수 노선과 정동영 신당 후보의 지역 대결 전략을 동시에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했다. 이회창 후보는 그동안 "국가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불안하다"며 이명박 후보를 공격해 왔다.

이어 같은 날 열린 경기 지역 필승 결의대회에서 이명박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이념 투쟁과 분열의 양상으로 우리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며 "반드시 경제를 살려 서민에게 웃음을 찾아주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또 "장사가 안 돼 집에 들어갈 때 힘들어하는 분, 자식 공부 못 시켜 힘든 분, 일자리 못 얻어 힘든 젊은이, 기가 죽어 지내는 아버지 세대, 1년 농사 지어도 한숨만 나오는 농민… 이 모든 분께 희망을 찾아주겠다"고 역설했다.

이 후보의 '경제 올인' 행보는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전날에는 중소기업중앙회 초청강연에서 국책은행 민영화를 통한 20조~30조원 규모의 중소기업 지원기금 마련 등을 공약했다.

이런 전략에는 '박 전 대표와의 화해 이후 영남권의 지지도는 회복되고 있으나 수도권에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이 깔렸다고 한다. <본지 11월 14일자 1, 3면>

한 측근은 "경선 이후 당내 분란 속에서 '이명박의 경제 이미지'는 상당히 훼손됐다"며 "수도권의 중산층을 겨냥한 행보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 측은 매일 한 건의 경제정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 후보는 이날 사공일 전 재무부 장관과 송자 전 연세대 총장, 손성원 LA 한미은행장, 데이비드 엘든 두바이국제금융센터감독원 회장을 경제살리기특위 고문으로 위촉했다.

또 김주훈 전 조선대 총장(체육.청소년 분야)과 윤석원 중앙대 교수(농어업 분야)를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이 후보 측 박승환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회창 후보가 전날 한반도대운하 공약을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이회창씨가 오히려 시대착오적"이라고 반격했다.

선대위 한반도대운하특위 위원장인 박 의원은 "아무런 집권 비전이나 정책 대안이 없는 이회창씨의 첫마디가 대운하 비판이라니 실망스럽다"며 "한반도 대운하는 21세기 첨단 시대의 친환경 생태 사업이자 미래지향 산업"이라고 주장했다.

서승욱 기자 ,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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