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야놀자] '초대형 펀드' 후폭풍 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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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여자들의 치마 길이를 보면 경기를 알 수 있다고 하듯, 금융시장에도 비슷한 속설이 있습니다. 목표수익에 도달하면 채권 펀드로 전환되는 목표 달성 전환형이나 아예 상환되는 스폿 펀드가 많아지면 멀지 않아 주가가 약세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는 주식시장 전환기 때 흔히 나타났던 신상품 경향 때문에 나온 속설일 것입니다. ‘바이 코리아’ 열풍이 거세게 불었던 1999년 주가가 1000포인트를 넘나들자 스폿 펀드가 기승을 부렸습니다. 6개월 뒤인 2000년 초 주식시장은 붕괴라는 표현이 적절한 정도의 폭락세를 보였습니다.

주가 전환기에 이런 펀드가 많아지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주가가 단기 급등하면 투자자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지사. 이럴 때 주식펀드를 내놔 봐야 팔리지 않을 것은 뻔하고 잘못하면 손해 본 고객들이 운용사를 불신하게 될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단기간에 승부를 낼 수 있는 소위 ‘먹튀’ 펀드 타입을 많이 파는 것입니다.

최근 시장은 국내 주식펀드가 대박을 낸 후 횡보하고 있고 해외 주식펀드, 정확하게는 중국 주식펀드가 대박을 내고 속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신상품 조류를 살펴보면 과거와는 많이 다른 모습입니다. 스폿 펀드는 감독당국이 더 이상 인가를 해주지 않고 있지만 목표달성 전환형은 나올 법도 한데 말입니다. 물론 목표달성 전환형 펀드 자리를 주가연계 파생상품펀드(ELF)가 대체한 것은 사실입니다. 또 실제로 ELF 중 홍콩주가지수를 대상으로 한 펀드가 간간이 나오고 있긴 하나 눈에 띌 정도는 아닙니다.

이 와중에 펀드시장에 핵폭탄급 신상품이 등장했습니다. 수조원의 자금을 단기간에 빨아들이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관심과 비례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전 세계의 주식·채권·부동산·상품선물에 투자하되 특별히 투자 방향을 정하지 않는다는 생소한 투자 전략 때문입니다. 주로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게 될 이 펀드는 혼합형이기에 극단적으로 주식 비중을 제로 상태로 만들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상품은 투자자와 수익률이 평가합니다. 아무리 특이한 구조를 가졌더라도 많은 자금을 모았다면 일단 성공한 상품입니다. 다만 이 상품이 과거 스폿 펀드처럼 주가 하락의 ‘불길한 징조’였다는 사후 평가를 받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입니다. 그렇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최상길 제로인 상무 www.funddoc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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