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윤 경제수석 유임희망 인선진통-개각 뒷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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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4일 정재석(丁渽錫)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을 경질하는등 부분개각을 단행한 것을 놓고 관가와 정치권에서는 전격성에 긴장하면서 배경 분석에 분주하다.
3일 저녁 IMF총회 참석일정을 중도에 취소한 홍재형(洪在馨)재무장관의 돌연한 귀국으로부터 흘러나온 부분개각에 얽힌 이야기를 살펴본다.
○…경제 각료들에 대한 갑작스런 개각은 정재석부총리가 수술을받아야할 정도의 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란 후문이며 이때문에 이번 개각은 다른 정치적 의미는 없다는 것이 청와대관계자들의 설명. 丁부총리는 지난주말 자신의 이같은 건강상태를 대통령에게 알리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부분개각은 돌출적인 것으로 연말쯤의 대폭개각은 유효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洪장관은 3일 오후 귀국하자마자 청와대로 올라가 金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영덕국무총리는 2일 청와대로부터 4일 오전 청와대로 올라오라는 연락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4일 오전 청와대 일정에는 李총리의 대통령 면담이 예정돼 있지 않았으나 갑자기 일정이 추가됐으며 정재석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이 李총리의 대통령 면담 직전에 李총리를 만나「신병」을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개각쪽으로 방향이 잡히기시작. 박재윤(朴在潤)청와대 경제수석은 3일 비서실의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돌연 취소하고 하루종일 청와대에서 대기해朴수석은 내용을 알았을 것으로 보인다.
朴수석은 4일 오전8시쯤 청와대 본관으로 올라가 30분간 대통령을 만났으나 기자들의 질문에『무슨 일인지 전혀 모르겠다』며일체 함구.
○…박관용(朴寬用)청와대 비서실장은 4일 아침『지금은 개각할때가 아니다』고 전면 부인하다가 오전10시쯤에는『발표를 지켜보자.지금은 개각 요인이 없지 않느냐』면서 한발 후퇴.
즉,개각 요인이 발생한 다른 부처를 남겨두고 경제부처의 개각을 할 경우「개각」보다는「보각(補閣)」의 성격이 짙다는 의미다. 더구나 경제부처에 대해서는 대통령도 만족하고 있는 상황에서개각을 할 이유는 없으며『경제정책의 일관성을 살린다』는 취지에서 자체 승진의 형태로 보완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청와대와 민자당(民自黨)에서는 대체로 정재석(丁渽錫)부총리의 경질의 또다른 요인을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설정한 기대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丁부총리에게 金대통령은 권한과 책임을 주었으나 부처간 이해관계와 시각차를 적기(適期)에,적극적으로 조정하지 못해 결국 정책혼선과 부처이기주의를 초래하는 요인이 되었다고 익명을 부탁한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언급.
이 관계자는『농안법 파동.공기업 매각.은행소유구조.산업정책에서 일어난 정책혼선은 사전에 부처간.당정간 조율을 통해 어느정도 막을 수 있었다』면서『정책 조정.통제 역할은 丁부총리가 해야할 일인데 기대와 달리 미흡하다는 이야기가 여러 요로(要路)를 통해 金대통령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고있다』고 설명.
이 관계자는『80년 상공장관을 그만둔뒤 丁부총리의 10년 가까운 캠퍼스 생활(외대경영정보대학원장등)이 경제총수로서의 장악력이 필요한 대목에서 소극적으로 처신하게 만든 것 같다』고 분석. 민자당의 민주계 출신 한 당직자는『金대통령은 丁부총리를 작년10월 교통장관으로 컴백시키고,두달뒤 부총리로 임명하면서 신경제를 이끌어갈 인물로 주변에 얘기했다』면서『그러나 들어오자마자 공공요금 인상문제로 金대통령과 호흡이 맞지않더 니 결국 페이스를 조절하지 못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리는 정책관계자는『규제완화라는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적인 조치가 지지부진한 것은 누가 딱 부러지게 관련 정책을 챙기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이는 결국 丁부총리의몫인데 밀어 붙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당초 홍재형(洪在馨)부총리,박재윤(朴在潤)재무장관,한이헌(韓利憲)경제수석으로 짜여있던 인선안은 朴수석이 4일오전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의 독대(獨對)에서 경제수석 유임을 희망하는바람에 진통을 겪었다는 후문.
○…총리실은 당초 7일 오전10시로 예정돼 있던 이영덕(李榮德)총리의 청와대 주례보고 일정이 4일 오전 10시30분으로 갑작스럽게 변경되고 洪재무장관의 급거귀국이 알려지며 4일 아침출근하자마자 개각 분위기가 감돌았다.
총리실의 한 간부는 7일 금요일로 예정된 주례보고일정 변경통보가 지난1일 오후 늦게 서둘러 총리실에 통보된 사실을 지적하며『단순히 청와대 일정때문이라면 일정변경을 그렇게 빨리 통보할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개각발표에 앞서 총리와 협의를 거쳤다는 외형을 갖추려는 포석이 아니겠느냐고 해석.총리실 직원들은 그러나 개각의 폭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李총리가 별 탈없이 국정을 원만하게 수행해 온 점등을 들어 총리를 제외한 경제팀.사회팀의 경질이 아니겠느냐고 관측.
○…재무부는 洪장관 출장중 재무부를 지키고 있는 김용진(金容鎭)차관조차 4일 오전까지『장관의 귀국사실조차 확인하지 못하고있다』고 말할 정도로 극비리에 귀국한데다 귀국 이후에도 집에 오지 않고 외부와의 연락이 끊긴 상태.
재무부 관계자는『지금까지 장관이 해외출장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한 것은 지난 90년 정영의(鄭永儀)재무장관이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총회에 참석했다가 돌아온 경우외에는 없어 이번 일은 지극히 이례적인 것』이라며『 개각외에는 다른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고 이유를 말했다.
정재석 부총리겸 경제기획원 장관은 4일 오전 과천 청사에 출근하지 않았으며 집에도 없어 연락이 되지 않았다.한이헌기획원차관은 기자들과 만나『부총리의 건강이 좋지 않다』라고만 이야기했다. 김철수(金喆壽)상공자원부 장관의 경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릴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의회) 통상장관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5일 오후 출국,이집트(7일)를 거쳐 11일 오후 귀국할 예정으로 있다.
상공자원부 직원들은 金장관이 10월초부터 세계무역기구(WTO)사무총장 경선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신변에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金장관은 이날 오전 석유개발공사 국정감사장에 나갔다가 과천 청사로 나왔으며 오전 1 1시쯤 출국인사를 겸해 기자실에 와서 기자들과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朴普均.金斗宇.李年弘.金鎭沅기자〉 ○…홍재형(洪在馨)재무부장관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IBRD)합동총회에 참석하지 않고 돌연 귀국하자 스페인 현지에 이미 도착해있던 재무부.한국은행 관계자등 한국 대표단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표단은 우선 한국측 수석대표인 洪장관이 하기로 돼있던 5일IMF본회의의 기조연설은 교체 수석대표인 김명호(金明浩)한은 총재가 대신 하고 洪장관의 각종 스케줄은 취소하거나 한은 총재가 대신 하는 것으로 일정을 조정했다.
한국 대표단의 윤진식 국제금융국장(임시 교체수석대표)은『기조연설은 한은 총재가 교체수석대표 자격으로 대신 하되 연설문 내용에는 변함이 없으며 3일로 예정됐던 호주 재무장관 면담은 취소됐고 이집트 재무장관은 한은 총재가 대신 만났으 며,4일로 예정된 중국 재무장관 면담등도 취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洪장관은 당초 2일 오후4시20분(현지시간)마드리드에 도착할예정으로 1일 서울을 출발했으나 중간 경유지인 런던에서 특사 자격으로 영국 관리를 만나 김철수(金喆壽) 상공자원부장관의 WTO 사무총장 출마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기 위해 마드리드 도착을 3일로 늦췄다가 2일밤 런던에서 본국과의 전화통화후 급히 중도 귀국했다.
洪장관이 서울로 돌아간 뒤인 3일낮 런던주재 재무부 재무관이마드리드의 대표단에 다시 전화를 걸어 귀국 사실을 알렸다.
런던 재무관은 이 전화에서『불가피한 이유로 귀국하니 남은 일정은 당초 예정대로 차질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교체 수석대표인한은 총재와 잘 상의해서 처리하라』는 洪장관의 당부를 대신 전했으며 귀국 사유는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洪장관은 IMF회의가 끝난 뒤인 6~8일 서울로 귀국하기 전에 WTO관련 특사 자격으로 포르투갈과 스위스를 차례로 순방,金상공자원부장관의 WTO 사무총장 출마 때 지지를 부탁할 예정이었다. [마드리드=閔丙寬기자] ○…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과 청와대경제수석등이 경질된다는 이야기가 나돌자 재계는 몹시 긴장하는 분위기다.
丁前부총리는 관료사회에서의 평가와는 달리 비교적 재계의 입장을 이해하는 장관이라는 인식이 재계에 널리 퍼져있었기 때문이다.전경련 관계자는『丁부총리는 관계.연구소등을 두루 거쳤고 재야인사로 머물던 기간도 많았으며 조규하(曺圭河)前전 경련부회장과친분도 두터웠다』며『이 덕분에 규제완화를 강조하는등 재계의 원군이었다』고 아쉬워했다.
여기다 재벌 제재책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던 한이헌(韓利憲)차관이 경제수석으로 옮겨 앞으로 산업정책이 어떻게 달라질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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