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GE 기술도용 소송서 경영협력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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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기술도용(盜用)문제로 5년간 소송을 벌이다 지난 5월 극적으로 타협한 일진(日進)과 제네럴 일렉트릭(GE)이 이제는 둘도없는 파트너로 손을 잡고 있다.
특히 GE의 한국 현지법인 GE코리아의 강석진(姜錫珍)사장과허진규(許鎭奎) 일진그룹회장이 개인적으로 친해져 일진과 GE의관계도 순식간에 적(敵)에서 협력자로 바뀐 것이다.
姜사장이 許회장에게 술자리에서 『미술문화재단을 만들어 보라』고 권하자 許회장은 즉시 재단설립작업을 시작하면서 지난달초 姜사장에게 고문직을 맡아달라고 제의할 정도로 양측 관계가 발전했다. 또 許회장은 姜사장의 주선으로 GE본사 연수원에 간부들을보내 경영혁신에 대한 연수를 받게 하는 계획도 함께 추진중이다. 許회장과 姜사장사이에 신뢰감이 생긴 것은 姜사장이 「법(法)대로 하자」는 GE본사의 방침을 돌려 일진과 화해를 하도록 이끌었기 때문이다.
姜사장은 GE가 재판에 이긴 후 국내여론에 의해 일방적으로 매도당하는 것을 보고 『전투에는 이겼어도 전쟁에는 질 수도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그는 이런 사정을 웰치 GE회장에 직접 보고했고 웰치회장도 『일리있으니 접촉을 시도해 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姜사장은 제3국에서 許회장과 GE플라스틱사업본부장의 만남을 주선,수차례의 협상끝에 타협을 이뤄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진과 GE는 『그동안 각자 변호사만 내세운채 직접 만나지 않은 것이 오해와 불신을 더 키웠다』고 판단,변호사를 배제한채 「인간적으로」협상을 벌였다고 한다.
현재 미국에서 드비어스社와 담합해 공업용 다이아몬드 값을 올려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GE는 일진과의 관계개선이 담합혐의를 벗는데 유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외부시선을 끄는 것을 그리 반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南潤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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