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아시아의고동>인도 6.진출 유망업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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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인건비가 싸 제조원가가 한국보다 훨씬 덜 먹힐 줄 알았는데실제로 해보니 기대에 영 못 미친다.계산기로 두드려볼 때는 엄청 남을 것같더니만 겨우 손해 안보는 정도다.』 봄베이 동북쪽파탈강가 지역 한일에라의 김수부(金秀夫)공장장은『저임노동력으로재미가 쏠쏠하겠다』는 말에 손을 휘휘 내젓는다.
한일에라는 한일합섬이 지난 5월 인도의 뉴에라社와 합작으로 세운 소모방및 면방업체다.한일합섬은 당초 인도의 인건비가 싼데다 내수시장도 크고 수출지역인 유럽과 가까워 국제화전략 차원에서 인도에 들어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아직까지 저임의 메리트를 기대만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숫자로만 따지면 인건비는 확실히 싸다.일용 근로자의 경우 일당이 30루피(1달러)밖에 안된다.정식 고용된 근로자도 한달에 1천~1천5백루피(33~50달러)면 족하다.조금 비싼 지역에서도 월 인건비는 미숙련공 50달러,반숙련공 65달러,숙련기술자 1백50달러가 평균이다.
그러나 미숙련공이나 반숙련공의 경우 생산성이 임금만큼이나 낮다.金공장장의 말을 더 들어보자.
『생산성이 떨어져 같은 규모의 공장을 돌리는데 필요한 사람 수는 한국보다 3분의 1이나 더 든다.제품별로 서로 다른 원료를 뒤섞는 바람에 불량품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공장경험이 있는직공들도 일하는 모습이 하도 엉성해 처음에는 농 사짓다 온 사람들인 줄 알았다.툭하면 결근이고 이직(移職)도 많다.앞으로 인도에 들어올 기업은 이점을 유념해야 한다.』 金공장장처럼 인도 근로자들을 직접 부려본 사람들은『동남아에 들어가듯 막연히 저임을 노리고 인도에 들어오면 큰 코 다친다』고 이구동성(異口同聲)이다.생산성이 낮을뿐 아니라 저임효과를 상쇄할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정부의 고용우선정책에 따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기계를마음대로 사용할 수도 없다.일부 州정부는 포클레인이나 불도저를 사용하지 않는 조건으로 공사허가를 내주기도 한다.
82년 뉴델리아시안게임의 주경기장도 건설장비 대신 인부들이 개미떼같이 달라붙어 만들었다.공기가 길어지건,생산성이 떨어지건고용만 많으면 된다는 것이다.
[파탈강가=南潤昊특파원] 종교가 많고 저마다 명절이 다르다는것도 문제다.종교를 가리지 않고 고용했다가는 종교별로 수시로 명절을 쇠는 바람에 도무지 일이 안된다.결근율도 높아 더위가 한창인 4~6월은 30%에 육박한다.
공식적으로는 없어졌다고 하지만 카스트제도의 잔재도 뿌리깊다.
간부는 작업현장에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한국처럼 사장이 작업복차림으로 근로자들을 격려하는 모습이 인도에서는 드물다.신분이 낮은 근로자들과는 어울릴 수 없다는 것이다.그러다 보니 인도인에게만 맡겨두면 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쉽게 알 수 없다. 반면 고급기술자들의 수준은 판이하게 다르다.특히 소프트웨어분야에서는 기술도 세계적이고 수도 많다.과학기술분야의 박사급만도 2백만명이나 된다.노동시장 구조가 위와 아래는 넓고 가운데가 잘록한 모습이다.
어느 수준의 노동력을 이용하느냐는 회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 기업들이 주로 노동집약업종으로 진출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미국 기업들은 첨단분야의 고급두뇌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모토로라.DEC.DELL.AT&T.IBM.휴렛 팩커드등 미국의 전자.정보통신업체들은 대학을 갓 졸업해 머리가 핑핑 돌아가는 프로그래머를 월 1백50~2백달러에 쓰고 있다.
산타크루즈EPZ에 있는 DEC의 크리슈난 소프트웨어수출부장은『인도 엔지니어들이 개발,설계한 소프트웨어를 DEC브랜드로 세계각국에 수출한다』고 자랑했다.
국내기업은 아직 이 분야에 눈을 뜨지 못하고 있다.기아그룹의유니온 시스템이 현지에서 박사급 엔지니어 2명을 뽑아 이집트에납품할 수백만달러짜리 지문감식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시키고 있는 정도로 알려졌다.
정수철(鄭秀哲)상무관은『저임을 노린다고 하면 흔히 인건비비중이 높고 고용인원이 많은 노동집약산업을 떠올리는데 인도에는 오히려 고부가 첨단산업으로 들어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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