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새풍속>개인 비전 설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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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 여의도 트윈빌딩 금성정밀의 K대리는 요즘 「인생설계」를짜느라 희망에 부풀어 있다.
K대리는 회사 1천여 직원과 함께 충남 대둔산 관광호텔에서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각자 인생설계를 짜기 위한 워크숍을 진행중이다.회사측이 『직원 각자는 회사의 비전만을 위해 노력하지 말고 개인의 비전도 설계해 보라』며 최근 새로운 기업문화의 정립을 권장한 데 따른 것이다.
K대리가 구상한 자신의 미래는▲위장병을 치료해 건강한 삶을 누리고▲5년내 경인지역에 33평 아파트를 장만하며▲10년내 강화지역에 5백평 이상의 전원농장을 구입해 노후에 대비하고▲5년후 부장,10년 후 임원으로 승진하는 것 등이다 .그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매주 2시간 이상 운동,일찍 자고 5시에 기상,아침식사를 거르지 않는다▲카드에 의한 충동구매와 외식을 절제하고 상여금은 무조건 저축한다▲강화.경인지역의 부동산 시세를 수시 점검한다는 등 구체적 전략을 세웠다.회사측은 K대리가이같은 인생설계를 달성할 수 있도록 여건이 허락하는 선에서 인사.교육상의 배려를 해줄 계획이다.이같이 럭금 계열사들은 「회사와 직원이 함께 잘되는」 새로운 접근방식의 기업문화를 보급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구자경(具滋暻) 럭금회장이 최근 『새로운 경제환경에서 기업이변하려면 직원 개인이 변해야 하고 개인이 변하려면 각자가 인생행로부터 다져야 한다』며 개인비전 설정의 필요성을 언급해 이를가속화시켰다.
이에 힘입어 금성사.금성정밀.호남정유.금성산전등이 올 들어 잇따라 실천에 옮기고 있다.
금성사 구미공장 직원들은 각자가 바라는 미래상을 개인카드에 적고 이들 카드를 타임캡슐의 일종인 「비전탑(塔)」에 밀봉,탑을 회사 앞뜰에 세우는 기념행사를 오는 11월 갖는다.직원들은오는 2000년 1월5일(창사기념일)에 탑을 개 봉해 6년전 각자 써넣은 미래상을 꺼내 보게 된다.
직원들의 비전은 각양각색이다.
「내 집을 갖겠다」「일본문화의 전문가가 되겠다」등 개인 차원의 포부가 있는가 하면 「국내 최고기술자가 되겠다」「중역이 되어 마쓰시타(松下)를 이기는 데 앞장서겠다」는 등 업무상의 다짐도 있다.
지난 6월 개인비전 발표회와 함께 비전탑을 세웠던 금성사 창원공장의 3천여 직원은 목표달성을 위해 모두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출근 때마다 비전탑을 바라보고 목표달성을 다짐하며 대학원 진학.운동.어학교습 등 각자의 계획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호남정유는 직원이 직속 상사와 논의해 어떤 절차로,언제,어느 부서로 이동해 어떤 직급까지 오르겠다는 계획을 세워 올 연말 인사부에 제출한다.
럭키는 각자가 인생계획표를 회사에 제출하면 회사는 각자의 소양.적성을 감안해 처방을 내려준다.곧 중도퇴직 예정인 금성사의한 직원은 『진로문제 때문에 고민이었데 개인비전 문화가 진작 보급됐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럭금 인력개발센터인 인화원(人和苑)에서 개인비전 교육을 관장하는 범진호(范鎭湖) 부장은 『「개인비전 문화」를 도입하는 데회사측의 특별한 재정.인사상의 부담은 없다』면서 『다른 기업들도 이같은 기업문화를 도입하면 개인과 회사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李重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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