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성>감옥을 棄兒 쉼터로개방-수리남 여성警監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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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2개월동안 8살짜리 소년 프랑크는 네명의 친구들과 함께 일종의 소년원같은 청소년 감옥에서 잠을 잤다.처벌받아야할 말썽을 일으켜서가 아니라 마땅히 잠잘 곳이 없는 까닭이다.
남미(南美)북동쪽에 위치한 수리남의 수도 파라마리보에 있는 이 감옥은 부모들로부터 버림받은 12살 이하의 어린이들이 온갖위험으로 가득한 길거리에서 새우잠을 자는 것보다 감옥이 차라리안전하다며 경찰이 특별히 배려한 것이다.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법집행의 융통성을 발휘,버려진 어린이들에게 감옥을 개방한 장본인은 여성경감 루크레티아 레단.『이어린이들을 그냥 둔다면 살아남기 위해 음식이나 물건을 훔치다 체포돼 어차피 감옥에 수감될 것』이라며 범죄때문 에 붙잡혀 오는 것보다는 스스로 저녁에만 들어왔다가 아침이면 밖으로 나갈 수 있게 하는 편이 한결 낫다고 그는 강조한다.
프랑크는 매일 자신의 「행운을 시험하러」 감옥문을 나선다.마음씨 후한 행인이 뜻밖에도 많은 돈을 적선할는지,뭐든 일자리가생기지는 않을는지,부유한 후원자나 양부모를 만나게 되지는 않을는지…. 그런 행운을 잡지 못하는 한 저녁이면 감옥으로 돌아가는 것이 프랑크에게는 최선의 대안이다.길거리에서 헤매봤자 붐비는 고아수용시설에서 문전박대 당하거나 매춘업소로 팔아넘기려는어른들의 유혹에 시달리기 일쑤니까.한때 풍요롭던 이 나라 의 어린이들은 점점 더 거칠고 삭막해지는 나날을 살아야 한다.
알루미늄 원광인 보크사이트 수출이 주요 수입원이던 수리남은 알루미늄의 국제가격 하락과 함께 경제난이 닥쳐 80년 당시 2천달러(약1백60만원)가 넘던 1인당 국민소득이 93년에는 5백달러(약40만원)로 곤두박질했다.
수리남은 19년전 네덜란드 식민통치에서 독립된 이래 국내분쟁.경제정책 실패.엄청난 인플레 등이 겹쳐 최악의 경제난으로 허덕이고 있다.
〈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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