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사냥' 나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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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코오롱 그룹이 태양광 에너지 산업에 뛰어든다. 이웅열 코오롱 그룹 회장은 9일 경기도 과천 별양동 본사에서 열린 그룹 기술전략회의에서 태양광 에너지 부문을 그룹의 새 성장 축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그는 “환경·에너지 산업은 ‘물 산업’과 함께 우리 그룹의 양대 성장 동력”이라며 “태양광 에너지는 환경·에너지 사업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술 역량을 유기 전자 부품과 소재 전 부문으로 확대하는 중장기 방안을 만들자”고 덧붙였다.

태양광 에너지 사업의 주 과제로 유기태양전지 소재 개발사업을 택해 2010년까지 상용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를 위해 광주과학기술원(JIST)의 ‘히거 신소재 연구센터’와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그룹 내에 연구 전담 조직을 만들 예정이다.

이날 회의 석상에는 2000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이자 유기태양전지 소재를 개발 중인 앨런 히거 미 캘리포니아 주립대(샌타바버라 분교) 교수가 강연자로 나섰다. 때마침 공동 연구를 위해 방한해 JIST를 찾은 그를 초빙한 건 이 회장의 지시였다. 이날 그와 그룹 경영진들의 눈길은 히거 교수가 개발한 유기태양전지 샘플에 집중됐다. 폭 50㎝로 셀로판지처럼 얇은 ‘플라스틱 태양전지’에 연결된 명함 크기의 전자 계산기가 작동하자 회의장 곳곳에서 나지막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유기태양전지는 태양광 에너지 분야에서 ‘꿈의 전지’로 일컫는다. 이미 상용화된 실리콘 태양전지에 비해 제작비는 20분의 1에 불과하지만 효율성은 더 높다고 평가된다. 플라스틱 재질이라 쉽사리 구부러지는 것도 장점이다. 이 때문에 군수용 휴대전원 제품이나 유비쿼터스용 전자기기·스포츠용품에 이르기까지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코오롱 그룹은 이 밖에도 일본 가네카사에서 독점 공급받은 비정질 박막형 태양전지 셀로 만든 모듈을 건물 외부에 부착하거나 설치하는 ‘건물일체형 태양광 시스템(BIPV)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또한 내년 중 경북 경주 코오롱 마오나오션에 1㎿급 태양광 발전소를 건립해 상업용 발전 사업에도 뛰어든다.

코오롱 이외에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태양광 사업을 택한 기업이 적잖다. 현대중공업과 동양제철화학·LG CNS·이건창호·KCC 등이 태양광 발전 원료와 소재·태양전지 제작 및 발전소 건립 등에 나섰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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