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베이징 생산 5년 … 판매 빨간등 켜진 현대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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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만(58) 베이징현대자동차 제1공장장은 5년 전을 떠올리면 마음이 무겁다.

10일 중국 베이징(北京) 국제공항에 인접한 순이(順義)구에 자리한 베이징현대자동차 제1공장에서 만난 노 부사장은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지만 내년 봄에 전략 차종을 투입하면 꼭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 부사장은 2002년 현대차 아산공장장을 맡고 있었다. 갑자기 본사 호출은 받은 그는 최고경영진의 특명을 받았다. ‘앞으로 현대차가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뚫어야 할 시장이 중국이다. 가장 치열한 자동차 격전장이 될 테니 국내에서의 경험을 잘 살려라’는 당부를 가슴에 새긴 채 베이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로부터 5년이 흘렀다. 노 부사장은 “차가 잘 안 팔려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현대차는 연초에 세웠던 올해 판매 목표(31만 대)에 못 미치는 26만 대를 판매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2002년 12월 쏘나타와 엘란트라(아반떼의 중국 모델명)를 출시해 히트 쳤던 당시에는 상상도 못했던 성적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현대차 중국법인은 연초 판매 목표량을 초과 달성해 연말마다 축하 파티를 열었다. 그러다 올 3월부터 판매량이 확 줄었다. 지난해 동기에 비해 매달 평균 20%씩 줄어들고 있다.

한국 본사에서까지 대책 마련에 나서 두 차례나 차 값을 낮추는 전략을 썼지만 차가 잘 팔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다음달이면 현대차가 중국 현지에서 자동차를 생산·판매한 지 5년이 된다. 누적 판매량이 100만 대를 돌파할 만큼 성과를 거뒀지만 5주년을 맞는 축제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중국 소비자들이 차량 품질보다 가격을 중시한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차량 가격을 낮추지 못했고 중국인 취향에 맞는 새 차종을 개발하지 못한 게 큰 요인”이라는 게 노 부사장의 분석이다.

현대차는 중국 정부가 연구개발(R&D)센터를 현지에 지으라고 요구해 밀고 당기는 와중에 전략 차종을 생산할 제2공장 착공을 늦출 수밖에 없었다. 현대차가 주춤하는 사이 엘란트라와 경쟁하는 차종이 37개로 늘었다. 2004년에는 11개 모델에 불과했다. 특히 도요타는 중국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외장을 크게 보이도록 변형한 캠리와 코롤라를 출시해 시장을 거의 장악했다.

베이징현대차 공장에는 현대차 본사에서 파견한 원가절감팀이 활동하고 있다. 부품 원자재를 중국 현지에서 조달해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다. 베이징현대차 임원들은 내년 봄에 베이징 2공장을 완공하면 상황이 반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0만 대 생산 능력을 보유한 2공장에서는 현대차가 중국 시장만을 공략하기 위해 개발한 신차종을 생산한다.

설영흥 현대차 중국담당 부회장은 “화려한 외관을 좋아하는 중국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변형한 신차를 생산하면 내년 가을께에는 판매 3위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판매량에서 4위를 차지했던 현대차의 현재 순위는 8위다.


"연산 10만 대 규모 러시아 공장 짓겠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러시아에 연산 10만 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을 건설한다.

정몽구(사진) 현대차그룹 회장은 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경제개발·통상부 장관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현대차 김덕모 부사장은 “정 회장은 나비울리나 장관에게 현지 공장을 건설하려는 데 협조해 달라고 부탁했고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답변을 얻었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러시아 공장 건설에 4억 달러(약 36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올여름부터 러시아에 완성차 공장을 짓기 위해 타당성 조사를 벌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자문회사인 딜로이트컨설팅에 공장 부지로 적합한 장소를 물색해 달라고 의뢰했으며 상트페테르부르크· 니제고로드주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현대차는 공장 착공 시기와 생산 차종 등을 정하지 않았다.

러시아 공장이 완공되면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연산 30만 대), 중국(60만 대), 인도(60만 대), 터키(10만 대), 체코(건설 중·30만 대) 등 6개 해외 생산거점을 확보하게 된다. 기아차도 조지아 공장(건설 중·30만 대) 등 해외 3개 공장에서 120만 대의 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해외 공장을 점점 늘려 2010년에는 ‘연 320만 대 해외 생산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국내에서 연 320만 대를 생산하고 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서울=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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