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대선 때 이회창, 지금 이명박 같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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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출마를 선언한 무소속 이회창 후보 캠프의 ‘좌장’을 맡게 된 강삼재(55·사진) 전 한나라당 부총재. 이 후보가 대선 주자로 첫 산행에 나선 10일 오전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 그를 만났다. “앞으로 최소 경호 인력 등을 제외하고는 가급적 수행하지 말라”는 이 후보의 변모가 느껴졌다. 강 전 부총재는 “이명박 후보를 보면 1997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를 보는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점퍼를 입고 불쑥 책상에 올라가는 이회창 후보의 파격이 화제다.
“이분이 옆에서 이래라 저래라 한다고 바뀔 사람이 아닌데 본인이 진짜로 변했다는 걸 느낀다. 그런 모습을 종종 보게 될 거다.”

-왜 달라졌을까.
“두 번의 패인을 당사자보다 잘 아는 사람이 있나. 겪어본 자만이 아픔과 설움을 안다. 그가 살아온 길에서 그런 실패가 있었나. 대선에 잇따라 패하고 ‘차떼기’로 불명예 제대했다. 이 어른이 거의 원숙해진 것 같다.”

-당 사무총장으로 97년 대선을 이끌다 사퇴했는데 그때 이 후보는 어땠나.
“지금의 이명박 후보와 비슷했다. 사고가 경직됐고 측근들로 인의 장막에 싸였다. 권위적이고 독선적이었다. 서민적이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정치를 가슴이 아닌 머리로 했다. 와 닿지가 않았다.”

-이회창 후보가 과거 대선 때 지금 같았다면.
“그랬으면 천하무적이지. 그런 여건이 어디 있나. 그런 품성에, 능력에.”

-이 후보의 3수를 ‘노욕’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을 하나로 못 만드는 데서 모든 게 출발한다. 경선을 마친 뒤 이 정도 시간이 흘렀는데 화합을 못했다. 정권교체에 대한 불안이 거기서 비롯됐다. 박근혜 전 대표를 포용하는 건 기본 아니냐.”

-그 책임이 모두 이명박 후보에게 있다고 보나.
“이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이 누구냐. 이명박 후보는 박 전 대표를 대할 때도 마음이 아니라 쇼맨십과 기교로 하는 거 같다. 이건 정치가 아니라 장사다. 자기가 후보 됐다고 전쟁에 이긴 점령군처럼 해서는 진 쪽의 아픔을 위무할 수 없다. 이회창 후보에게도 사과하고 이해를 구했어야 하지 않나.”

-출마 선언 직전에 자택까지 방문했지 않나.
“이회창 후보가 출마 선언을 하기 훨씬 전에 얼마든지 찾아갈 수 있었다. 그땐 가만히 있다가 집에 없는 거 뻔히 알면서 찾아와 편지를 남기는 게 뭐냐. 선전까지 하면서.”

-출마 선언 때 밝힌 ‘살신성인’을 중도 포기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국민이 싫어한다는 게 대전제인데 그게 이미 무너졌다. 출마 며칠 만에 지지율 25%가 고정적이다. 유권자 넷 중 한 명이 기대를 거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앞으로 여론 추이가 격동할 거다. 우리 목표는 당선이다.”

-한나라당의 비판이 거세다.
“다 과거에 (이 후보) 수하, 부하로 있던 사람들인데 피가 끓어오른다. 우리는 남이 아니고 앞으로 협력해야 하니 이전투구를 할 수는 없다.”

-무소속 후보는 어려움이 많을 텐데.
“나는 명함도 이름 석자에 전화번호만 적어야 한다. 나도 당에 있을 때 정당 위주로 법을 만들었지만 무소속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다. 하여간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는 건 안 한다.”

강주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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