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지키는사람들>1.자연의 친구들 회장 車俊燁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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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맑고 깨끗한 환경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中央日報는 환경지키기에 앞장서고 있는 「환경파수꾼」들을 소개하는 시리즈를마련했다.
〈編輯者註〉 …………………… 24일오후 서울시립 도봉도서관 4층에서는「북한산 우이령 시낭송회」가 열렸다.
우이령 관통도로계획이 내무부 국립공원위원회에서 부결된 것을 자축하기 위한 모임이었다.
이 자리에는 이 사업의 문제점을 제기했던「자연의 친구들」의 회장인 차준엽(車俊燁.46)씨가 모습을 나타냈다.
북한산 털보-.
수풀처럼 무성한 車씨의 수염에서 비롯된 별명이다.
『자연에 좋은 것은 인간에게도 좋은 것입니다.
최근 활발하게 일고있는 환경운동의 궁극적인 목표도 자연사랑이지요.』북한산을 가르마를 타듯 갈라버리려는 우이령 관통도로에 관심을 갖고 처음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던 사람이 그였다.
『산의 주인은 나무와 풀과 산짐승들입니다.이들이 잘 자랄때 인간들도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겁니다.그런데 관통도로는 이들의 생활환경을 두쪽으로 갈라버려 상호교류가 어렵게 만듭니다. 결국 서서히 죽어가게 되는 것이지요.』 도로가 생기면 동물들의 이동경로가 차단돼 먹이를 구하기 어렵게 되고,식물도 천이가 제대로 안돼 번식이 힘들게 된다는 설명이다.
車씨가 북한산과 깊은 인연을 맺게된 것은 80년대초 내무부의북한산 종합계획이 발표되면서부터다.
정부는 당시 88올림픽을 대비해 북한산에 케이블카.골프장.위락시설을 건설하려 했는데 이에 강력한 반대운동을 편 것이다.
『당시는 환경단체라는 것이 없었어요.물론 환경문제가 요즘처럼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지도 않았고요.』 車씨는 산악인을 비롯해 뜻을 같이하는 교수.시민들과 그저『북한산을 지켜야한다』는 일념으로 각계에 진정서를 내는 한편 토론회도 열고 서명운동도 펼쳤다. 그러던 車씨가 본격 환경운동가로 부각된 것은 91년초서울도봉구방학동의 8백년생 은행나무를 살리면서부터.
북한산 국립공원 인접지역인 방학동에 14층짜리 고층아파트건설이 추진되고 은행나무옆에는 연립주택이 들어서 은행나무가 고사위기에 빠졌다.
각계의 진정에도 별 효험이 없자 車씨는 그해 4월15일부터 은행나무 아래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여기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YMCA등이 가세하면서 91년도 세계 지구의날 행사도 이 은행나무아래서 치러졌다.
결국 은행나무옆 연립주택 2개동이 철거되고 아파트도 14층에서「일조권」을 들어 12층으로 낮춰졌다.
그는 이같은 공로로 92년에 한국환경기자클럽이 선정하는「올해의 환경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車씨는 최근 강원도의 산림생태에 커다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입도세(入道稅)를 받아 강원도민의 상대적 손해를 보전해 주더라도 무분별한 개발은 중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따라 현대그룹 계열사가 횡성에 추진중인 종합레저시설을 막기위해 연말께부터 현대제품 불매운동을 벌일 계획도 갖고있다.
한편 車씨는 최근「자연의 친구들」사무실을 안국동 수운회관에 열었다.운영비가 문제지만 그는『환경처장관과 국장들에게 회비로 한달에 1천원씩만 모아달라고 했습니다.문제는 관심과 정성이지요』라며 웃는다.
〈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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