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보호보다 경제정의 우선-금융실명제 개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청와대가 최근 인천북구청 세무비리 사건을 계기로 금융실명제 긴급명령의 시행령과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키로 방향을 잡았다.현재청와대의 기류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최근 발언 수위등을 감안할때 법령의 개정과 보완은 거의 확실시된다.
그렇지만 이를 둘러싼 정부내 논리 싸움도 만만치 않다.명분도있다. 검찰과 국세청.감사원.총무처등은 개정 필요성을 주장하고재무부만 외롭게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검찰등은 『실명제 초기에는 경제적 부작용을 고려해 비밀보호를우선시했지만 이제 실명제도 정착단계에 접어든 만큼 본래 취지인경제정의 구현으로 정책의 방향을 선회할 때가 됐다』고 주장한다. 재무부측은 이에대해 『원칙이 조금이라도 무너지기 시작하면 겨우 걸음마를 시작한 실명제는 물론 활성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경제 전반을 위협하게 된다』는 경제논리로 맞서고 있다.
청와대 내에서도 민정수석실과 경제수석실의 입장이 마찬가지로 대조적이다.실명제 시행령의 개정과 관계법령의 보완은 그동안 검찰등이 여러차례 필요성을 제기해왔던 부분이다.그러다가 인천 세무비리 사건등으로 여론이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척결 해야 한다는쪽으로 쏠리고,대통령도 제2사정을 선언하기에 이른 분위기에 편승해 개정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5월 재무부는 긴급명령 4조1항의 비밀보호 대상조항의 「금융거래 내용 또는 정보와 자료」대목을 시행령에서 「금융거래사실 존부 여부」까지 포함시키려 했다가 당시 이회창(李會昌)총리로부터 재검토를 지시받았다.그러나 李총리가 물 러나자 홍재형(洪在馨)재무장관이 직접 金대통령에게 보고해 결재를 받았다.
민정수석실이 개정하려는 부분은 바로 이 대목이다.
이 부분을 폐지해 금융기관에 거래사실은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공직자의 비리를 추적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거래사실 확인도 검찰의 범죄수사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금융자산 실사,국세청의 세무조사등에 국한해 실명제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최소한의 범위로 한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비공개 재산등록 대상자로 분류된 2급이하 공직자에 대한 금융자산 추적도 가능케 하자는 것이골자다.이렇게 되면 이번 인천사건과 같은 사건이 터졌을때 부정축재한 재산을 쉽게 찾아 국고로 환수 또는 몰수 할 수 있다는것이다. 정책우선순위에 대한 최종 결정은 대통령의 결단만 남겨놓은 상태다.
〈金斗宇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