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국 너무 컸어" 저금리 엔 차관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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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일본 정부가 1979년부터 약 30년간 중국에 제공해 온 저금리 엔 차관을 내년을 마지막으로 중단하기로 했다고 중국 언론들이 9일 보도했다. 중국 언론들은 두 자릿수 경제성장률을 계속 유지하고 막대한 국방비를 지출하는 중국을 억제하기 위한 일본의 견제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일본 외상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2007 회계연도가 끝나는) 내년 3월 말까지 모두 463억 엔의 차관을 중국에 제공할 예정"이라며 "그 뒤로는 신규 차관 제공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78년 중.일 평화우호조약에 따라 79년부터 일본이 중국에 제공해 온 공적개발원조(ODA)의 대부분을 차지해 온 엔 차관 공여는 29년 만에 완전 중단된다. 그러나 ODA 중에서 기술협력 등은 유지된다.

2007 회계연도의 차관 제공액은 지난해(633억 엔)보다 26%가 줄어든 규모다. 2000년 회계연도를 정점으로 차관 규모는 계속 줄어왔지만, 누적 차관액은 이미 3조 엔을 넘어섰다. 중국이 지금까지 받은 전체 누적 차관의 절반을 넘을 만큼 엔 차관은 큰 비중을 차지해 왔다. 엔 차관은 그동안 베이징(北京) 지하철 건설을 비롯한 중국의 낙후된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돼 왔다.

중국 언론들은 일본의 엔화 차관 제공 중단이 일본 내에서 확산돼 온 중국 위협론에 따른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됐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시절인 2004년 10월부터 엔 차관 제공에 대한 비판론이 일본에서 거세게 일었다. 일부 일 언론은 "중국이 일본으로부터 원조를 받아 군비 확충에 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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