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4자 정상회담 안 되면 선언만 하는 방안 검토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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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핵 불능화 진전을 지켜보면서 비핵화 촉진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남북한과 미국.중국 등 3~4개국 정상이 정상회담 또는 정상 간 선언을 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고 정부 고위 관계자가 8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워싱턴특파원 간담회에서 "한.미 양국은 비핵화 촉진을 위해 관계국 정상회담을 추진하되 정상들이 직접 만나기가 여의치 않으면 선언을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가 100% 완료되기 전에도 평화협상을 개시하는 데 미국이 동의했느냐"는 질문에 "앞으로 핵 폐기 과정에서 '이 정도면 평화협상을 개시해도 좋겠다'는 당사국들 간 공감대가 모아지는 시점이 도래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따라서 이 문제는 당사국들이 계속 협의해 나갈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지금 일각에서 마치 북핵 문제가 완전 해결된 것처럼 생각해 평화체제 협의로 넘어가자는 분위기가 있으나 중요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을 분리하는 일각의 시각에 대해서도 "종전 선언은 전쟁 상태를 평화 상태로 만들어 가는 과정의 첫 번째일 뿐"이라며 분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어 "비핵화와 남북 간, 북.미 간 관계 정상화,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 그리고 평화체제는 맞물려서 돌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에 테러지원국 지정 및 적성국 교역법 적용을 연말까지 해제해 주기로 약속했다"면서도 "불능화 조치와 해제 사이에 약간의 간격이 생기는 것은 있을 수 있다"고 말해 테러 지원국 해제가 내년 초로 미뤄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그는 "그 경우 북한이 양해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럴 것이고 미국도 불능화 완료에 간격이 생기는 것을 양해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앞서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7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회담한 뒤 "적절한 시점에 전반적인 비핵화 진전을 위한 정치적 추동력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관련국들 간에 내려질 경우 '정상급(top level)'에서 정치적 의지를 결집하는 방안을 계속 검토키로 했다"고 밝혔다.

라이스 장관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9.19 공동성명에 명시된 내용으로 미국도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으나 "우리는 (평화체제 협상 개시를 위한) 적절한 시기를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실질적인 북한 비핵화의 증거를 우리는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북한 핵 프로그램의 전면 폐기며 앞으로 취해야 할 조치가 많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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