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비디오 유대人 상술로 日시장 석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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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일본 비디오업계에 디즈니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발매된 장편만화 『미녀와 야수』가 1백15만개나 팔린데 이어 지난 8월 출시된 『알라딘』도 판매 첫날부터 장사진을이루며 2백만개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통상 일반에 판매되는 비디오테이프는 평균 5천개 정도고, 89년 최대의히트작 『ET』도 10만개가 팔리는데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판매기록은 가위 경이적이라고 할만하다.
특히 디즈니 비디오가 일본에서 성공을 거둔 이면(裏面)에는 유대인상술(商術)을 이용한 치밀한 시장공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끈다.
디즈니 비디오의 일본내 판매원(販賣元)은 브에나 비스타 저팬(BVJ)社.
이 회사는 지난 89년 설립된후 9월결산기까지 매출액이 1백50억엔으로 설립 4년만에 업계 수위로 뛰어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원래 일본에서는 판매비디오시장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대신 비디오 대여점을 대상으로 발매되는 대여비디오가 시장의 주류를 이뤘으나 88년부터 비디오대여업이 시들해졌다.BVJ社는 이런 비디오시장의 변화에 일찍 눈을 돌려 판매비디오에 주력함으로써 성공의 기틀을 닦았다.
디즈니 시장전략의 성공은 뜻밖의 수요층을 개발한데서 비롯됐다.디즈니만화의 향수에 젖은 중장년층 남성 올드팬을 비디오시장에끌어들인 것.BVJ社는 중년남성들도 쉽게 갈 수 있는 대형슈퍼마켓에 거래를 텄고 레코드가게에도 디즈니전용코너 를 신설했다.
BVJ는 또 극장에 젊은 커플이나 여성들이 많이 간다는 점에착안,지난해 『미녀와 야수』를 어린이용과 성인용으로 나누는 차별화전략으로 만화영화의 판매대상을 젊은 성인층으로 확대했다.
BVJ社의 또 한가지 성공비결은 비디오를 생필품처럼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대중화한 것이다.
통상 비디오판매는 레코드점이나 서점에서 주로 이루어지지만 BVJ는 3백65일 편의점이나 대형슈퍼마켓.완구점.양판점등으로 처음 판로를 확대했다.
BVJ는 최근 독자적인 디즈니스토어나 대형완구양판점에 대한 직판체제를 별도로 갖추는등 판매망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BVJ는 여기에다 비디오를 시판하기 앞서 사전에 치밀한 판촉전략을 구사한다.
예컨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알라딘』은 금년말까지만 팔고 그후에는 판매를 중단해 소비자에게 초조감을 불러일으킨다든지,영화상영에서 나타난 관객의 호응을 비디오 시장에 연결시키는광고와 이벤트행사로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다.
이런 디즈니의 판매전략을 두고 일본비디오업계에서는 유대인의 상술이라고 말한다.
유대인의 전형적인 상술은 「항상 최고를 지향하고 주어진 자원(資源)은 끝까지 이용한다」는 것이다.
BVJ가 처음부터 업계수위를 경영목표로 삼은 전략,구매층과 판로를 개척한 수완,영화제작에서 비디오판매까지의 철저한 계획등을 보면 확실히 유대상술이 짙게 배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디즈니본사의 경영진에는 유대계가 많기 때문에 이런 상술을 세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유대인의 상술은 배타적이기로 소문난 일본에서도 먹혀들고 있는셈이다. 〈金鍾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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