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파람새 지역따라 사투리 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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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우리나라 중부 이남에 널리 분포하는 휘파람새가 서식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사투리를 쓰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흥미를 끌고있다.또 이들 휘파람새들 사이에서도 사람처럼 노래 잘하고 언변(?)좋은 새가 인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한 국교원대 박시룡(朴是龍.생물교육학과)교수팀은 경희대 윤무부(尹茂夫.생물학과)교수팀과 공동으로 지난 84년부터 올 8월초까지 경기도 가평에서 제주까지 전국 20여곳에서 휘파람새 80여마리의 소리를 녹음해 이를 음성분석기로 해석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알아냈다.
먼저 어휘의 다양성에 있어서는 대체로 남해안.제주 등지에 사는 휘파람새가 내륙지방의 휘파람새에 비해 월등 앞서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남해안.제주지역의 휘파람새가 훨씬 현란하고 아름답게 울어댈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예컨대 남해안의 휘파람새가 구사하는 『휘이익,휘이익』하는 소리는 경기 가평의 휘파람새가 흉내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평지역 휘파람새의 경우 대개 『호르르르,호르르르』하는 한가지소리밖에 내지 못한다.
우리나라 휘파람새의 노래타입은 크게 네가지,또 노래를 구성하는 음절은 대략 35가지로 분류됐는데 남해안.제주지역 휘파람새의 경우 대부분 네가지 타입의 노래를 다 부를 수 있는데 비해내륙은 기껏해야 두가지 타입의 노래밖에 부를 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朴교수는 『남해안.제주 지역에서 휘파람새의 사투리가 더 다양하게 발달한 것은 개체간 경쟁이 훨씬 치열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즉 이들 지역의 경우 단위면적당 서식밀도가 육지보다 3~4배 이상 높기때문에 수컷 이 암컷에게 잘 보이기 위해 좀 더 다양한 의사소통 수단을 개발했다는 것이다.내륙지역의서식밀도는 한 계곡에 한 두마리 정도인 것으로 연구팀은 짐작하고 있다.
휘파람새를 포함해 명금류(鳴禽類)는 대부분 수컷만 노래를 부르는데 이는 암컷의 유인뿐만 아니라 「이 지역은 내 관할이니 다른 수컷은 넘보지 말라」는 구역설정의 의미도 있다.
또 새들의 노래는 어미가 새끼를 학습시키는 수단이기도 하다.
휘파람새는 우리나라에 4~8월까지 서식하는 참새목(目)의 여름철새로 같은 무리는 매년 같은 지역만을 찾는 습성이 있다.
휘파람새는 야산의 덤불,마을 근처의 논밭 등에서 생활하며 소리가 아름답기 때문에 TV연속극 등의 배경음악으로 자주 사용되기도 한다.
휘파람새의 사투리가 발달된 것은 같은 무리가 매년 동일지역에만 서식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됐다.
***어미소리 그대로 전수 즉 사람들의 방언처럼 지역간.개체간 고립이 사투리의 분화를 촉진하고 있는 것이다.또 학습으로 인해 새끼는 어미의 말을 그대로 닮아가는 것도 사투리가 일정하게 전수되는 경로인 것으로 나타났다.새들 역시 사투리가 심하면서로 의사소통 에 큰 장애가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 휘파람새는 의사소통에 불편이 있는 정도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예컨대 남해안 지역의 휘파람새 소리를 녹음해 충북 청주지역의 새에게 들려주면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등 친숙한 언어(?)가 아닐 경우 의사소통력은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연구결과를 두고 서울대 문양수(文洋秀.언어학과)교수는 『새들의 노래는 사람의 언어에 비해 크게 저차원이지만 사투리의 형성 과정은 매우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金昶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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