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순위바뀌고있다>1.대학평가 어떻게 해야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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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70년대초까지만 해도 71개교에 12만명이 채 안되는 학생을가졌던 국내 4년제 대학은 95학년도 입학정원만 25만명을 넘어 1백57개교가 대학원생을 포함,1백30만명의 학생을 갖게 됐다. 30여년간 양적으로만 팽창해온 대학들이 평가를 통해 강점과 약점을 확인,질적 향상을 이루어야 할 때가 찾아 온 것이다. 미국의 4년제 대학은 정확한 수를 파악하기 조차 어려울 정도로 그 설립은 쉽다.
그러나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 대학의 학위는 공인받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질적 견제를 하고 있는 점이 우리와 기본적으로 다르다.
평가의 종류도 갖가지여서 지역별로 받는 종합평가(Regional Accreditation)가 있는가 하면 경영학분야의 AACSB(American Assembly of Collegiate School of Business)등 학문분 야별 평가를맡는 널리 알려진 단체만도 18개에 달한다.
대교협(大敎協)에서 학과평가와 종합평가를 모두 책임지며 1년에 2~3개 학과를 평가하는 우리의 평가제도로는 5백57개의 학과를 모두 평가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우선 학과평가부터라도 어느정도 궤도에 진입토록해 해당학회에 그 업무를 이관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엄정한 평가를 위해서는 올바른 평가기준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교수 1인당 대학원생수가 너무 많으면 논문지도가 부실해질 염려가 있음에도 대학원생 수가 많을수록 높은 점수를 주는 종래의평가기준은 늘 문제로 지적돼왔다.또 지금까지 학과평가에 있어 대학원이 설치된 대학만을 평가했기 때문에 교수. 도서관.실험실습 기자재등 대학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사항등을 미비하고 있는 대부분의 대학이 무작정 대학원 설치를 희망하는 모순도 있었다. 따라서 대학평가는 전국의 대학을 학사과정 중심대학과 석사과정 설치대학,박사과정까지 설치한 연구 중심대학등으로 분리해발전시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실험기자재 확보에 대해서도 오래전에 만들어진 교육부의 기준을그대로 적용해서는 안된다고 본다.과거의 기준에 맞춰진 장비대신최신장비를 갖춘 대학이 오히려 불리해져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평가작업 결과가 나오면 적어도 상위 20개대학의 순위를 발표하는 것도 함께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일정기준이상 도달한 대학들을 모두「우수대학」정도로 그룹짓는 방식은 개별적인 자극도 줄수 없을 뿐아니라 기준자체의 신뢰도마저 손상시킨 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적절한 방법의 대학평가야 말로 대학간의 건전한 경쟁을 유발하고 질적 향상을 꾀하는 가장 좋은 시금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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