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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호의등산칼럼>피어리의 七顚八起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태양계의 많은 혹성들과 지구를 차이나게 하는 가장 큰 특징은많은 양의 물이다.
물은 생명의 원천이며 우리는 물을 떠나서는 한시도 살 수가 없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물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지구상의 어느 지역보다 혹독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는 곳이 극지방이다.생명의 숨결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차가운 냉기가지배하는 곳 북극.
기원전 325년 그리스人 피테아스는 당시 화폐처럼 귀하게 쓰이던 주석을 얻기 위해 북극권의 바다를 찾아 미지의 세계로 떠났다.북극탐험의 첫번째 기록이다.
그 이후 유럽상인들이 유럽에서 아시아의 보고인 중국에 이르는북서 항로를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북극항로가 개척되기 시작했다.
1844년 영국의 해군제독 존 프랭클린경이 북서항로 개척과 지도제작의 임무를 띠고 선원 1백29명과 함께 탐험을 떠났다.
배에는 3년간 지낼 수 있는 식량과 연료를 실었다.
그러나 3년이 지났는데도 프랭클린 탐험대로부터는 소식이 없었다. 프랭클린의 선원들은 괴혈병과 유빙에 갇혀 배를 버리고 외딴 섬으로 이동하지만 결국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숨졌다.
프랭클린 탐험대의 북극항로 개척은 실패로 끝났지만 그들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북극을 알게 됐고 결국 1906년 아문센에 의해 북서항로가 개설됐다.
그러나 북극점에 도달하기까지는 아직도 「로버트 피어리」라는 한 미국인이 보인 불굴의 의지를 기다려야 했다.
그는 일곱번이나 북극점 탐험에 나섰지만 실패했고 발가락 10개를 동상 때문에 잘라내야 했다.그러나 그는 절망하지 않고 북극점을 향해 여덟번째 탐험에 나섰다.
1909년3월1일.대원 24명,썰매 19대,개 1백33마리를이끌고 유빙과 리드(바닷물에 노출된 곳)를 건너 계속 북으로 전진했다.바람과 조류의 영향으로 진로를 수정하기도 하면서 4월6일 인류 최초로 북극점에 도달했다.
피어리.메듀헨슨 그리고 에스키모인 4명등 총 6명은 탐험을 시작한 지 37일만에 극점에 선 것이다.
내가 경험한 북극은 정말 추운 곳이었다.영하 46도지만 바람이 불면 체감온도는 영하 60도가 넘는다.바늘로 찌르는 듯한 추위는 조금만 관리를 못하면 금방 동상을 부른다.
게다가 보름때면 비상이 걸린다.달의 인력으로 북극바다에 물이불어나고 얼음이 갈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북극곰이 언제 나타날지 몰라 전전긍긍해야 한다.총을 휴대하고 있지만 잘때는 언제나 걱정이 된다.
피어리의 7전8기는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루어진 것이다.극지탐험에는 어느 곳이나 불굴의 인간의지가 배여 있다.
〈산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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