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변신' 리비아는 낡은 건물 폭파 중 … 카다피 '이잘라 리더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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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에선 요즘 수시로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는 폭발음이 들린다. 테러가 아니라 낡은 건물을 허무는 폭약 소리다.

빨간 글씨의 아랍어로 '이잘라' 라고 적힌 구호가 곳곳에 걸려 있다. '모든 것을 남김없이 파괴하라'는 의미다. 현대적인 국가로 변신하기 위해선 낡은 것을 파괴해야 한다는 리비아의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사진)의 지시다.

카다피가 대량살상무기(WMD)를 포기하고 유엔과 미국.유럽연합(EU)의 경제 제재에서 빠져나온 뒤 풍부한 오일 머니를 이용해 국가를 자본주의로 뜯어고치는 개조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6일 보도했다.

파괴와 건설은 전 부문에서 벌어지고 있다. 올 3월 증권거래소를 처음 열었다. 8월엔 트리폴리에 연간 2000만 명이 이용할 수 있는 신공항을 착공한다고 발표했다. 13억5000만 달러(약 1조2200억원)짜리다. 리비아 제2의 도시인 '벵가지'에도 신공항이 2년 안에 완공될 계획이다.

트리폴리 시내에서는 시멘트와 건설 자재를 실은 덤프트럭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이동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수시로 도로를 개.보수하느라 교통 정체가 심해졌다.

리비아의 타헤르 제하이미 기획예산처 장관은 "상하수도 개선 사업에만 앞으로 수년간 60억 달러(약 5조4300억원)를 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건설 붐이 일자 중장비와 시멘트 같은 건설 관련 품목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리비아에서 생산되는 시멘트는 수요량의 30%밖에 대지 못한다.

최고급 호텔과 레스토랑도 늘고 있다. 대우건설은 최근 300~400실 규모의 5성급 특급 호텔을 트리폴리에 짓는 계약을 따냈고, 특급 호텔인 '팜 리조트'도 공사가 한창이다. 북동부 지중해 연안의 고대 그리스 유적지인 키레네 일대 5000㎢에 대규모 리조트를 짓는 사업도 최근 발표됐다.

전방위 건설 붐을 뒷받침하는 것은 풍부한 오일 머니다. 리비아는 아프리카 1위의 석유 매장량 보유국이다. 하루 약 170만 배럴의 원유와 매년 120억㎥의 가스를 생산한다. 서방의 경제 제재가 풀리고 석유 메이저들이 리비아에 복귀하면서 생산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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