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이재욱 노키아티엠씨 명예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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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국인의 내면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잠재해 있어요. 칭찬과 믿음을 통해 이 에너지를 끌어내 불을 댕겨주면 회사는 저절로 발전하게 돼 있지요."

지난 18년간 노키아티엠씨(NOKIA tmc)를 이끌었던 이재욱(李梓旭.63)회장. 그가 명예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을 축하하는 모임이 지난 7일 경남 창원의 한 호텔에서 열렸다.

李회장의 지인과 핀란드.미국.일본계 기업 인사 등 4백여명이 모였다. 李회장은 자신의 퇴임을 '새로운 도전'이라고 했다.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나지만 그동안 꾸준히 해 왔던 각종 사회사업을 더욱 힘차게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李회장은 '경남 동그라미회'를 만들어 선천성 얼굴 기형 어린이의 수술을 도왔고, 마산.창원 지역 대학과 학생을 지원하는 장학사업도 해 왔다. 투명 경영과 2차 술자리를 하지 않는 검소함으로 일궈낸 '청부(淸富)'를 어려운 이들과 나눠온 그였다.

지난해에는 한.중.일 관계사 연구에 3억원을 쾌척했다. 중국 옌볜(延邊)대에 의뢰, 중국 '26史'와 '명.청실록'에서 한.중.일 관계 사료를 뽑아내 책을 만들기로 했다. 대한검도회장을 맡고 있는 그가 검의 기원과 검도의 역사 등에 흥미를 갖다 동아시아 3국 관계사에까지 관심을 넓힌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높은 자리에 있다가 은퇴하면 여기 저기 놀러다니거나 명품 구입을 즐거움으로 삼는 사람이 많아요. 나는 스스로에 대해 만족하고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일을 계속 하고 싶어요. 남을 돕는 게 결국은 나를 돕는 것이거든요."

3년 전 후두암 수술을 받아 그의 발음은 약간 불분명했지만 메시지만은 힘차고 또렷했다.

휴대전화기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인 핀란드 기업 노키아의 한국 생산지사인 노키아티엠씨는 지난해 무려 27억달러어치의 휴대전화를 생산, 전량 수출했다. 1986년 사장으로 취임한 李회장은 특유의 '신바람 경영'을 직원에게 불어넣어 오늘의 '노키아티엠씨 성공신화'를 일궈냈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건 그가 얼마나 거짓없고 성실하게 살았느냐에 달려 있어요. 그런 점에서 나는 이재욱 회장을 존경합니다." 지인인 이수성(李壽成)전 총리가 그에게 보낸 찬사다.

창원=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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