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방송위 감투 쓰자 생각 달라진 최민희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국정감사장에서는 지상파 중간광고 문제는 국회와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방송위원회가 국회와 한 약속을 어떻게 하루 만에 뒤집나."(조창현 방송위원장)

"무슨 소리냐. 방송법 시행령 개정은 방송위의 고유 권한이다. 우리가 결정해 통보하면 그만이다."(최민희 방송위 부위원장)

"방송위는 합의제로 의결하는 관례가 있다. 중간광고는 민감한 사안이니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하자."(조 위원장)

"어차피 방송에 대한 철학이 다르다. 토론해 봤자 소용 없으니 빨리 표결로 가자."(최 부위원장)

지상파TV 중간광고 허용을 결정한 2일 방송위원회 분위기는 살벌했다.

여론은 안중에도 없었다. '세몰이 표결'로 결판이 났다. '국회의 날치기 통과' 장면과 흡사했다. 조 위원장이 '신중한 접근'을 거듭 요청했지만 최 부위원장 등 찬성 편에 선 5명은 꿈쩍도 안 했다.

방송위 사무처 직원들이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이 내놓은 중간광고 허용 반대 성명서를 배포하자 최 부위원장 등은 "이런 걸 왜 돌리느냐"며 뿌리쳤다는 후문이다.

방송위 고위 관계자는 "몇몇 방송위원이 정권의 요구에 따라 부도덕한 거래를 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며 이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런데 최 부위원장은 회의에서 "대표적 언론 관련 시민단체인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조차 중간광고 허용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엉뚱한 소리를 했다. 그가 한때 사무총장을 맡았던 민언련은 5일 '중간광고 허용은 시청자 주권에 대한 도전이다. 방송위의 졸속 처리에 큰 실망을 느낀다'는 요지의 성명서를 냈다.

방송위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판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지금도 광고에 치여 산다. 우리 같은 서민은 문화생활이 TV 보는 건데 그마저도 짜증나게 하나'(ddong9885), '광고료 좀 더 벌자고 3000만 시청자를 모독하는 행위'(chelll)라는 내용의 지적이 쌓이고 있다.

어쨌거나 3기 방송위는 KBS 수신료 인상안 수용, 관영채널 보도프로그램 허용에 이어 중간광고까지 허용해 방송사 눈치를 보느라 시청자 권익 보호란 본연의 임무를 외면하고 말았다. '식물위원회'란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나리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