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 농민 앞에서 '농촌 교육'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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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이명박·권영길·문국현 후보(왼쪽부터)가 6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한농연 대선 후보 초청 대토론회를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사진=오종택 기자]

17대 대선을 43일 앞두고 각 당 후보들이 '농심(農心) 잡기' 대결을 펼쳤다. 6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의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다.

이날 토론회엔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창조한국당 문국현, 민주당 이인제, 민주노동당 권영길,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 등이 참석해 농촌.농업.농민을 겨냥한 공약을 펼쳤다.

각 당 후보 선출 뒤 6명의 후보가 한 자리에 모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후보 전원이 한 자리에 서는 모습은 연출되지 못 했다. 후보별 연설이 오후 2시45분쯤 시작됐지만 일부 후보가 뒤늦게 토론회장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특히 각종 의혹 공방으로 어색한 관계인 이명박.정동영 후보는 시간 차를 두고 행사장에 나타났다.

정 후보는 다른 일정을 이유로 한 시간 늦게 도착했다. 이 후보는 두 시간 늦게 정 후보의 연설 도중 연단 자리에 앉았다. 일각에선 "이.정 후보가 '이회창 출마설'을 앞두고 대책을 마련하다 늦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이.정 후보는 연설을 통해 날 선 공방을 벌였다. 특히 '농촌 교육 문제'를 놓고 강하게 충돌했다. 이 전 총재의 출마가 임박했다는 소식 때문인지 이 후보는 정 후보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정 후보="사람들이 농촌을 떠나는 주된 이유는 교육 때문이다. 그런데 (이 후보는) 고교 평준화를 해체하고 농어촌 교육을 더 어렵게 만들려고 한다. (이 후보의) 특수학교 300개 공약에 반대한다. 이 공약은 약자를 더 못 살게 하는 교육개악이 될 거다. 대통령이 되면 농어촌에 우수 공립학교를 적극 유치해 농촌 교육에 획기적인 기회를 마련하겠다."

▶이 후보="농림부를 농업식품부로 바꾸고 농업을 2차 산업(제조업)으로 육성하겠다. 정부가 지원해 농촌에 기숙형 공립학교를 만들겠다. 돈 있는 사람들이야 간섭할 게 뭐 있나. 농촌이나 도시나 (돈) 없는 사람들에게 공부를 제대로 시키기 위해 나라가 돈을 대서라도 교육 기회를 똑같이 주자는 것이다. 제가 부자를 위한 정치만 하나. 세 번 거짓말 하면 진짜처럼 보인다는데 국민들이 (다른 후보들의 선심성 공약에)속을까 봐 걱정이다."

문국현.이인제.권영길.심대평 후보도 농촌 관련 공약을 쏟아냈다. 다음은 후보별 주요 발언.

▶문 후보="이제 도시가 농촌을 만들어야 한다. 도시민에게서 농촌환경세를 거둬 농촌에 보낼 수 있는 제도를 만들겠다."

▶이 후보="농가 부채를 확실히 해결하겠다. 지지율이 바닥에서 꿈틀대지 않고 있는데 쑥쑥 성장하게 도와 달라."

▶권 후보="한.미 FTA 반대만이 농촌 회생을 위한 발판이다. FTA 막고도 얼마든지 노동자.농민을 살려 낼 수 있다."

▶심 후보="프로 농업인을 육성하겠다. 국민 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주도하는 21세기형 농업경영자 10만 명을 양성하겠다."

정강현.김경진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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