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산업합리화-주인바꿔 성공한 例 드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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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산업합리화는 과연 부실기업을 살리는 묘약인가,아니면 임시변통의 마약인가.
사상 처음으로 두번째 합리화 지정을 기다리는 부실의 대명사 한양(漢陽) 처리를 앞두고 이 문제가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5共,6共의 80년대 후반 당시 정부의 대대적인 수술을 받은부실기업은 모두 83개.
이중 정부의 세금감면과 금융지원혜택을 본 합리화지정업체는 한양을 포함 46개였다.그러나 이들의 중간평가는 한마디로 「중간치」다.『전체적으로 잘된게 별로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몇몇 바짝 일어선 기업을 빼고는 대부분이 평범하게 살고 있으나 일부 기업은 아직도 원금상환을 연기해달라고 졸라댈 정도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나마 회생했다는 기업들의 사례를 뜯어보면 대부분 부동산 값이 올랐거나 업종별 경기 상승 사이클이 맞아 떨어진 덕을 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합리화지정 자체가 구사일생의 묘약이 되지는못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남의 손에 넘어간 회사들은 남모를 고생을 겪는 눈치다.
오히려 주인이 바뀌지 않은채 정상화의 길을 간 회사들이 괜찮은 편이다.그 중 대우조선은 그야말로 우뚝 섰다.6共시절 조선합리화의 일환으로 합리화지정을 받았던 대우조선은 지난해 처음으로 만년 자본잠식상태에서 탈출했다.5천1백63억원 에 달했던 누적적자를 모두 털고 수백억원의 흑자를 올렸다.올해도 엄청난 수익이 예상되는 이 회사 덕분에 은행권에 손벌리던 대우그룹은 이제 예금을 유치하러 오는 은행임원들을 앉아서 맞고 있을 정도다. 5共 때는 대한준설공사를,6共 때는 조선공사를 인수한 한진그룹도 덕을 톡톡히 본 케이스다.
한양이 지금도 땅을 치는 준설공사의 알짜배기 인천 율도 땅(1백만평)은 현재 평가액이 자그마치 1조원선.
당시 2천8백57억원에 10년거치,10년 분할 상환의 좋은 조건으로 이 땅을 거머쥔 한진그룹은 이 땅 하나만으로도 큰 돈을 벌었다.
조선공사의 부산 땅 값도 상당해 주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대한선주를 흡수 합병한 한진해운은 趙重勳회장의 해운공사(대한선주의 전신)에 대한 오랜 꿈을 성사시켜준 노다지다.그러나 사정이 전혀 피지 않은 회사들이 더 많다.
주로 남의 손에 넘어간 제3자 인수기업들이다.한일그룹에 간 국제그룹계열사가 대부분 허덕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부산 하이야트와 제주도 하이야트 호텔,그리고 국제의 신발부문이 회생하지 못해 그룹전체가 고생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당시의인수 자체를 몹시 후회하는 눈치가 역력하다.수차례 주인이 바뀌는 등 숱한 우여곡절 끝에 동국제강 그룹에 넘어 간 연합철강은그런대로 돈을 벌어다 주고 있으나 국제종합기계는 신통치 않다.
좀체 자본잠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동국제강은 『재미본 것전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당시 최대 부실규모였던 경남기업은 조세감면에다 막대한 금융지원,그리고 빚갚을 종자돈 덕분인지 아니면 탁월한 경영솜씨 덕인지 상당히 정상화된 상태다.
전혀 돈을 못 벌고 까먹기만 했던 이 회사가 지난해에는 2백50억원의 당기순익까지 올렸으나 아직 두고봐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金光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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