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와 '신당 창당 → 연정' 수순 밟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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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의 전격적인 사의 표명이 일본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선장을 잃은 제1 야당 민주당은 5일 간부회의를 열고 당분간 오자와 대표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사의를 번복하도록 설득하기로 했다. 집권당인 자민당은 느긋하게 관망하고 있다. 오자와 대표의 사임으로 힘의 중심은 이미 급격히 자민당 쪽으로 쏠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결국 오자와 대표가 지지세력을 이끌고 신당을 만든 뒤 자민당과 연립정권을 구성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대두하고 있다.

◆비틀거리는 민주당, 힘 받는 자민당=오자와 대표는 올 7월 참의원 선거를 압승으로 이끈 상징성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오자와 대표가 덜컥 수용한 '연립정권 수립'을 받아들이기도 힘든 것이 민주당의 처지다. 이미 거부 당론을 정한 데다 당내외 여론도 대연정에는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다. 따라서 민주당 간부들은 ▶오자와 대표가 집착을 보이는 자위대의 해외파견 문제에 한해 자민당과 '정책협의'를 해 나가는 대신 ▶자민당과의 대연정은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이에 오자와 대표는 이날 간 나오토(菅直人) 대표대행을 통해 "난 연립정권에 집착하지 않는다. 선거에 이길 수 있는 태세가 만들어지면 생각을 바꿀 수 있다"며 사임 의사를 번복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오자와 대표가 4일 회견에서 "민주당은 여러 면에서 힘이 부족하다" "이대로는 선거에서 이기기 힘들다"고 비판을 퍼부은 데 대해 당내 소장파를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현재로선 '없던 일'로 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자민당은 민주당의 분열상을 즐기고 있다. 자민당의 한 관계자는 "여권이 추진하는 '신테러대책특별조치법'을 야당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참의원에서 부결시키더라도 중의원에서 재의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말했다. 원래 자민당은 참의원에서 부결된 법안을 중의원에서 무리하게 재의결할 경우 민주당이 '총리 문책 결의안'(참의원의 사퇴 요구안으로 중의원의 해임결의안과 달리 강제력이 없다)을 제출하는 등 강경대응에 나설 것을 우려, 신중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의 분열로 그 가능성이 희박해졌다고 보는 것이다.

◆오자와 탈당 여부가 관건=향후 정국의 향배는 오자와 대표의 움직임에 달려 있다. 민주당 간부들은 오자와 대표가 대표직을 물러나는 데 그치지 않고 추종세력을 이끌고 탈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일정 시점에 민주당을 탈당, 신당을 만든 뒤 자민당과 연립정권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두 차례의 회동으로 오자와 대표의 마음은 연립정권 수립으로 돌아섰다는 판단이다.

오자와 대표가 민주당 소속 참의원 20명 정도만 이끌고 탈당하면 자민당의 참의원 선거 참패로 빚어진 참의원 '여소야대' 상황은 '여대야소'로 뒤바뀐다. 민주당은 파선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부키 분메이(伊吹文明) 자민당 간사장이 5일 "오자와 대표는 자신의 우국충정을 (민주당 간부들이) 이해해주지 않아 실망하셨을 것 같다"며 한껏 치켜세운 것도 이를 계산한 발언으로 보인다.

한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5일 "여야 대표의 밀실회담에서는 연정 출범 시 오자와가 부총리 격인 무임소장관을 맡고 17명의 각료 중 자민 10, 민주 6, 공명 1명 등의 구체적인 각료 배분까지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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