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억 담장 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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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벚꽃축제로 유명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뒷길. 이곳엔 국회의사당을 둘러싼 긴 담장이 있다. 벚꽃축제 장소를 지나는 담장은 길이 1.5㎞, 넓이 8000여㎡에 이른다.

올해 9월 서울 영등포구청은 "국회의사당 뒷길 담장이 서울시 소유 도로를 침범하고 있으니 89억3600여만원을 변상하고 원상복구하라"는 고지서를 국회에 보냈다. 벚꽃축제.불꽃놀이 같은 대형 행사가 열리는 곳인데 보도 폭이 좁아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국회는 반발했다. 1974년 담장이 설치됐는데 수십 년 동안 아무런 이의제기를 않다가 갑자기 90억원에 달하는 변상금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였다.

'담장 분쟁'은 96년에도 불거진 적이 있다. 영등포구청이 한강시민공원 이용객이 늘어난다며 철거를 요구한 것이다. 당시 국회는 "서울시도 국회의사당 앞 국회 소유 부지 5000여㎡를 보도로 점유하고 있다"고 맞섰다. 양측은 토지교환 방식으로 이 두 부지를 함께 처리하는 방법을 놓고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진 못했다. 국회 측은 이후 10여 년 동안 구청 측이 '(토지 교환에 대해) 논의된 사항을 빨리 이행하라'고 촉구했을 뿐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은 국회가 사무총장 명의로 영등포구청의 변상금 부과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고 5일 밝혔다. 국회 측은 "96년 경계측량을 통해 상호 점유를 알고도 10년 넘게 사용료를 부과하거나 철거 요청을 하지 않은 것은 구청 측이 도로 사용을 묵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지난해에만 두 차례 국회를 방문해 협의를 했다"며 "국회 측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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