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정지원 몫 구체조율-韓.美 北核해법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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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로버트 갈루치 美국무부 핵담당대사의 방한으로 15일부터 韓美가 북한 핵문제를 풀어가는 세부 시간표를 협의하고 있으나 북한에 지원할 경수로 모델을 北-美 베를린회의에서 결정하는데 실패함에 따라 의견 조율이 주목되고 있다.특히 갈루치 대사가 일본에서『최소한 한개의 경수로라도 한국형을 채택할 것』이라고 말해미국이 북한의 한국형 거부에 타협할 자세를 갖고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재원을 부담하되 한국형 경수로를 주장하고 있는 한국과 어떤 합의와 공조를 이룰지 관심 이다.
갈루치대사는 15일 오전 이홍구(李洪九)부총리와 한승주(韓昇洲)외무장관을 예방한 데 이어 오후에는 김삼훈(金三勳)핵담당대사와 고위정책협의를 했다.16일에는 청와대로 김영삼(金泳三)대통령도 예방할 예정이다.
李부총리는 한국정부의 요구를 크게 다섯가지로 정리해 전달했다고 김경웅(金京雄)통일원대변인이 전했다.▲남북관계와 北-美관계의 속도 조절▲한국형 경수로 보장▲평화협정 논의 배제▲북한의 핵투명성 확보▲韓美 공조등이 그것이다.
韓장관이 이미 지난주 미국을 방문해 제네바회담에 대한 사전협의는 충분히 했기 때문에 이번 韓美조율은 14일까지 끝난 北-美전문가회의 결과를 분석하며 대응책을 협의한다.
미국이 이번 北-美전문가회의 결과를 토대로 23일 북한과 3단계 고위회담 2차회의를 갖기 때문이다.
韓美협의에서 최대의 의제는 북한에 제공할 경수로의 모델과 재원조달 방안이다.
韓美는 이미 韓장관의 방미에서 한국형 경수로를 추진하되 비용을 한국이 상당수준 부담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러나 북한이 베를린회의에서 한국형을 끝까지 거부해 결론을 내지못하고 고위급회담으로 넘김에 따라 이를 韓美가 어떻게 정리할지 관심이다.
이와관련,갈루치대사는 2기 가운데 1기만 한국형을 할 수도 있음을 제안하고(나머지 1기는 유럽형이나 러시아형)그 경우 한국정부의 재정지원 범위를 타진했다.
이는 미국이 북한의 반대에 타협을 모색하는 것으로 해석되나 기존의 韓美합의와 상충되고 그럴 경우 재원의 조달문제가 새로 접근돼야 하기 때문에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이 경우 한국의 재정지원 폭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또 남북관계가 진전돼 북한이 한국형을 수용하게 할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과도 연결돼 있다.남북한 대화분위기가 계속 얼어붙고 경수로 문제가 제3의 방안을 찾게 될 때 韓美는 새로운 갈등을 맞을 수도 있다.
경수로 지원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할 한국정부의 재정지원보장방안도 논의돼 韓.美.日.中.러 5개국이 참여하는 국제컨소시엄 구성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었다.
어느 한 모델을 선정하기 보다 경수로 지원을 책임지고 있는 미국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그 기구가 경수로 모델 선정과 재원조달을 구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안이다.
韓美는 이에 상당한 의견접근을 하고 컨소시엄운영에서 기술과 재원을 한국이 주도하는 방안이 논의됐다.한국 정부로서는 명칭은고집하지 않아도 민족공동발전 계획의 일환이 아니면 예산 지출이어려워「실질적으로 한국이 주도」하는 것까지 양 보할 수는 없는처지다. 한국정부는 일본.중국.러시아등 주변국을 포함한 다국간컨소시엄을 만들고,공사 수주는 당연히 재정기여 정도에 따라 나눠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韓美 협상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北-美 관계와 남북관계의 보조를 맞추는 것이다.
전문가회의는 연락사무소 설치문제를 쉽게 합의한 데 반해 핵관련 사항들은 진통을 겪고 있다.이 때문에 한국정부는 北-美관계개선만 먼저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북한은 베를린회의에서 의제와 관계없이 엉뚱한 발언을 많이 해 고의로 합의를미루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정부는 최소한 연락사무소 개설을 전후해 남북대화가 이루어져야 하고,특별사찰을 받겠다는 분명한 약속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미국은 연락사무소 자체가 북한을 움직이는데 유용한 도구라고 생각하고 있어 표면적인 합의와 관계없이 여전히 시각차이가 있다.
특히 핵투명성을 1차회의 결과보다는 좀 더 구체적이고 실천가능하게 보장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이와 관련해 특별사찰. 남북상호사찰문제등이 2차 합의문안에서 구체적으로 표현되도록 요구했다. 한국은 또 북한의 권력승계가 끝나지 않는 한 북한에 문서로 보장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韓美가 북한의 한국형 경수로 거부에 어떤 합의를 해 핵문제를해결하고 북한과의 관계개선 속도를 조절할지 주목된다.
〈金鎭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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