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서울마라톤 케냐에서도 유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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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선두권에 섞여 있던 조슈아 첼랑가(34·케냐·사진)는 37㎞ 지점인 학여울역 오르막길에서 앞으로 치고 나갔다. 압데라하임 부람데인(모로코)이 뒤로 바짝 따라붙었다. 첼랑가는 잠실종합운동장이 보이기 시작한 40㎞ 지점에서 다시 한번 속도를 냈고, 부람데인과 거리가 벌어졌다.

 2시간8분14초로 결승점을 통과한 첼랑가는 “페이스메이커가 20㎞부터 속도를 줄였다. 액정이 깨진 손목시계를 빼놓고 뛰는 바람에 시간 확인을 못 했다”며 “코스와 날씨가 모두 좋아 2시간7분대도 가능했는데”라며 아쉬운 표정이었다.

 첼랑가는 4월 로테르담(네덜란드)과 이번 대회까지 올 시즌 출전한 두 차례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다. 1990년대 케냐 크로스컨트리 대표였던 그는 97년(이탈리아 토리노), 99년(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세계선수권 단체전에서 연속 우승했다. 그리고 2000년 마라톤으로 전향, 2001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우승자 이봉주(삼성전자)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6년간 한 번도 정상에 서지 못하다 올해 처음 우승을 맛봤고, ‘최고의 해’의 대미를 중앙서울마라톤 우승으로 장식했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첼랑가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꿈꾸고 있다. 그는 “케냐에서는 국가대표로 뽑히기가 더 어렵다”며 “로테르담에서도 우승했고, 중앙서울마라톤에서 2시간8분대의 좋은 기록을 세워 (대표로 뽑힐) 가능성이 커졌다”며 좋아했다. 그는 “케냐에서도 중앙서울마라톤은 유명하다”며 “누구나 출전하고 싶은 대회”라고 전했다.

 첼랑가는 마라톤 왕국 케냐의 40여 부족 중에서도 가장 잘 달리는 칼렌진 부족 출신이다. ‘달리는 부족(the running tribe)’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는 칼렌진 출신은 80년대부터 전 세계 주요 마라톤 대회 우승의 40%를 휩쓸고 있다.  우승상금(5만 달러)의 용처를 물었더니 “일단 손에 쥐고 나서 생각해 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지영준(코오롱)은 2시간16분10초로 국내 선수중 가장 먼저 들어왔지만 9위에 그쳤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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