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아이에 꿈과 희망을-서울공부방聯,달동네어린이 한마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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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친구를 겨누던 총장난감,아이들 끼리 몰래 돌려보며 흉내내던 폭력만화책,부모들이 보다 만 성인비디오….
어른들의 무관심속에 방치돼 순진무구한 동심을 멍들게 하는 이런 불량 장난감.만화책등 5백여점이 아이들의 손으로 일일이 수거돼 한데 모아졌다.
11일 낮의 동국대학교 만해광장.수거된 유해물건들이 예술가 아저씨의 손을 빌려 아이들세계의 희망과 꿈을 담은 조형물로 탄생,전쟁기념관에 설치된다는 얘기를 듣고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아이들의 꿈은 어른들의 희망입니다』라는 큼직한 현수막이걸린 이곳에서 서울지역 공부방연합회(회장 金明姬)주관으로 서울지역 13개 공부방 소속 대학생 누나.오빠교사와 아이들 3백여명이 한데 모여 「민들레 합창을 위한 우리들 큰 잔 치」를 벌이고 있다.
『엄마.아빠가 모두 일터에 나가 누구도 돌봐줄수 없는 교육적환경이 열악한 곳,그래서 성적이 나쁘고 성격이 거친 문제아이들이 모여사는 곳이 빈민지역이라는 것이 일반 사람들의 편견입니다.그래도 이곳 아이들은 자생력과 강인한 번식력을 지닌 들판의 민들레처럼 건강하게 커가고 있습니다.』 沈相球씨(40.서강대 도시환경연구소 연구원)는 가난한 동네아이들의 꿈과 미래를 보여주고 이들이 퇴폐향락문화의 홍수속에서도 건강한 문화및 의식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광장 한편에서는 그림.글 전시를 위해 아이들이 대학생 누나.
오빠교사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재개발공사로 뽀얀 먼지를 뒤집어쓴「우리동네와 공부방」의 모습을 도화지에 그리고 원고지에 옮기고있다. 『집문만 열어놓으면,파파파… 귀가 터질듯한 소리.잠잘 때도 놀 때도 공부할 때도,파파파… 재개발공사가 끝나면 깨끗하고 번쩍번쩍한 빌딩이 세워지겠지만 우리집이 허물어지고 우리는 이사를 가야만 한다.』(어린이 사랑방.중2.안창길 ) 공부방에서 교사와 아이들이 매일 만나며 부대끼는 곳은 서울 봉천동.난지도.성수동.금호동등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거나 앞으로 취락개선이 필요한 낙후지역.그래서 평화스럽던 동네에 불어닥친 재개발바람을 불안스럽게 바라보는 아이들의 마음을 여러 글속에서 찾아볼수 있다.
또한『내꿈은 작가입니다.내가 크면 우리동네 얘기를 글로 쓸 겁니다.내가 사랑하는 동네사람들과 함께…』(행당배움터.6년.박현실)의 글처럼 가난에도 넘어지지 않는 강한 생명력이 엿보이는글도 다수 보인다.
서울지역 공부방연합회는 4백여점에 달하는 아이들의 글과 그림을 모아 다음달 8일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릴 도시 빈민문화제에 전시한다고 한다.
또한 수거된 무기장난감으로 만들어진 조형물도 그자리에서 같이전시된다.서울지역에 있는 공부방들은 40여개.대부분 교회센터의공간을 빌리거나 그 지역에 세를 얻어 공부방을 열고 있으며,공부방마다 실무교사 1~2명 정도와 자원봉사교사 20여명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교사들이 태부족해 항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하루 3~4시간씩 아이들의 숙제,부족한 공부를 지도하며 엄마 아빠를 대신해 놀이대상까지 돼준다는 서울시흥2동「새날맞이공부방」의 鄭炅和교사(20.서울대화학과)는 아이들의 티없이 맑은 모습에서 보람과 또다른 배움을 얻는다고 말한다.
〈康弘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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