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분명한 안기부 돈" 강삼재측 "대선 잔금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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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 예산이라는 점은 부동의 사실이다. 김기섭씨와 홍인길씨, 안기부 예산 담당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와 계좌 추적을 통해 이미 확인됐다."

1996년 총선을 앞두고 신한국당에 건네진 9백40억원의 출처에 대해 문효남(文孝男)대검 수사기획관은 8일 이렇게 말했다. 지난 6일 재판에서 강삼재 의원이 "이 돈을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서 받았다"고 선언했음에도 안기부 예산 전용 사건이라는 본질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여전히 대선잔금설, 당선축하금설 등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동안 잠복했던 '안풍(安風)'자금의 출처에 대한 논란이 재연된 것이다. 검찰은 2001년 한나라당 강삼재 의원 등을 기소할 때 이 돈이 안기부 예산이라고 결론냈고, 1심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은 이날 "9백40억원이 안기부 예산이라는 사실은 움직일 수 없는 팩트"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 근거로 "안기부 계좌를 직접 뒤져본 결과 안기부 예산 외의 뭉칫돈이 입출금된 흔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 설령 金전대통령에게서 돈을 받았다는 강삼재 의원의 진술이 사실이라고 해도 이 돈의 출처가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반면 한나라당과 姜의원 변호인 측은 金전대통령의 대선잔금일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96년 당시 안기부 계좌에 예산이라고 보기 어려운 정체불명의 1천여억원이 입금된 흔적이 나타났다고도 했다. "뭉칫돈 입출금 흔적이 없다"는 검찰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돈의 출처는 姜의원뿐 아니라 金전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에 영향을 준다. 姜의원이 金전대통령에게서 돈을 받았다는 주장이 사실이고 이 돈의 출처가 안기부 예산으로 결론이 나면 金전대통령은 특가법상 국고손실의 공범이 될 수 있다. 공범의 경우 해당 사건의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공소시효(10년)가 정지되기 때문에 金전대통령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대선잔금일 경우에는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3년)가 이미 완성됐기 때문에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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