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더 늦어지면 국가 신뢰 잃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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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홍사덕 총무는 8일 이라크 추가파병 지연에 따른 '부작용'을 소개했다. "지난 1월 연두교서를 통해 미국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을 도와줘서 고맙다고 언급한 세 나라에 추가파병을 거부한 호주는 끼였는데 한국은 빠졌다"는 것이다. 그는 "파병을 해줄 바에야 진작 해줬으면 고맙다는 얘기나 듣지 이게 뭐냐"고 개탄했다. 지난 5일 국회 본회의 직후, 조영길 국방장관이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를 조용히 찾아왔다. 曺장관은 신속한 파병동의안 처리를 간곡히 부탁했다고 한다.

국방부는 파병안 처리가 지연될수록 애가 탄다. 파병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양국 간 동맹관계에 후유증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이달 중 파병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미국이 원하는 미 173공정여단과 한국군 부대와의 4월 중 교체가 불가능해져 양국 간에 심각한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고 했다. 부대 편성 및 교육 등 파병 준비에 적어도 두달이 걸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9일의 안건으로 올라가 있는 파병동의안이 이날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의원 일부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파병 반대파들이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는 탓이다. 파병안은 국회 국방위에 계류돼 있다. 민주당 반대파는 "막아도 본회의에서 막겠다"는 전략이어서 파병안이 국방위는 통과될 것 같다. 문제는 바로 이어질 본회의다.

한나라당.열린우리당.자민련은 당론으로 파병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반면 민주당은 9일 오전 의총에서 최종 당론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나 현재로는 '권고적 반대'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전체 의원 62명 중 31명이 반대성명에 참가한 까닭이다. 게다가 추미애 상임중앙위원.유용태 사무총장.김영환 대변인 등 핵심 당직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 민주당 당론이 파병 반대로 기울 공산이 크다.

이들은 이날 성명을 발표, "구체적 부대 편성안도, 소요예산도 불분명하게 제출된 파병동의안을 졸속처리하려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며 "몸으로라도 저지하겠다"고 공언해 9일 파병안의 본회의 처리엔 진통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국회 한 관계자는 "일부 의원들이 파병 찬성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는 시민단체들의 압력 등을 의식, 움직이고 있다"며 "국익을 고려해 소신껏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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