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의원 39명 "제2 이인제 되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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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대선 출마설'이 확산되자 한나라당엔 비상등이 켜졌다. 뜨거웠던 당내 경선전의 후유증도 만만치 않은데, 이젠 보수 표 분열을 염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기 때문이다. 이회창 전 총재가 출마하면 대선은 극도의 혼돈 속으로 빠져들 것이란 우려와 낭패의 목소리가 당내 이곳저곳에서 들렸다.

먼저 초선 의원들이 총대를 멨다. 정진섭.최구식 의원 등 초선 의원 30여 명은 2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모임을 갖고 이 전 총재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는 지금껏 지켜온 명분과 원칙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탈당해 '제2의 이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압박했다. 다음은 성명 요지.

"이 전 총재의 세 번째 대선 출마설이 표면 위로 떠오르고, 본인 스스로도 거취를 명확히 하지 않아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많은 국민에게 불안과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이명박 후보는 당이 정한 적법한 경선 절차와 엄중한 검증을 거쳐 선출된 당의 유일 대선 후보다. 이 후보를 도와 대선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것은 당원의 도리이자 본분이다."

이날 성명 발표엔 초선 의원 71명 중 39명이 참여했다. 참가자 중에는 김태환.주성영.이계진 등 친박 의원도 다수 포함됐다.

당내에선 "이 전 총재 출마는 공작에 의한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는 "(범여권 입장에선)상대방이 분열하려면 이 전 총재가 출마해야 한다"며 "(범여권이) 반드시 출마해야 된다고 부추기는 작업을 하는 것으로 듣고 있다. 이 전 총재의 출마엔 공작의 손길이 뻗쳐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초선 회의에 참석한 정진섭 의원은 "이 전 총재의 출마는 이인제씨의 탈당과 경선 불복처럼 정권차원의 공작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사무처 당직자들도 '이 전 총재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이 전 총재의 출마설을 접하며 혼란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며 "지난 10년간의 열망과 노력들이 헛되지 않도록 현명한 판단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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