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EU 기본협력협정 추진배경-대등관계격상 발판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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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의「韓-EU기본협력협정」추진은 기존의 통상관계에 머물던 韓-EU관계를 정치.문화.기술등을 포함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것이다. 韓國과 EU는 그동안 외무장관회담을 고위실무회의 또는각료회의라는 이름으로 매년 관례화해 왔다.
기본협력협정초안은 이같은 외무장관회의 정례화는 물론 정상회담,과학기술.환경등 분야별 전문가회의 정례화까지 담고 있어 앞으로 韓-EU간 한차원 높은 단계로의 발전을 위한 법적 뒷받침이마련된다고 할 수 있다.
외무부 당국자는 이와관련,『현재 정상회담및 각료회의 정례화 문제는 양측이 서로 필요성에 합의한 상태고 단지 1년에 몇차례로 할 것인지,격년제로 할 것인지에 대한 협상이 진행중』이라며『관계격상을 위한 나머지 문제들에 대해서도 서로 같은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이에따라 통신.철강.소비재등 전문가회의가 정례화되는 한편 정치협력을 위해 환경보전.인권등 국제관심사에 대한 韓-EU간 채널이 마련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對EU 관계격상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까닭은 EU가 국가들이 연합한 형태이지만 국제사회에 하나의 커다란실체로 등장,그 관계를 관례에만 의존할 수 없고 실질적인 국가관계로 정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마디로 EU가 국제사회에서 하나의 국가로 행세하는 분야가 커지기 때문에 이에 적극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U가 오는 97년부터 對韓國 일반특혜관세(GSP)를 폐지키로 하는등 한국을 개도국 지위에서 벗어난 국가로 지정하고 나선것은 그 대표적인 예다.
현재 EU가 고위급 정기대화 채널을 갖고 있는 역외(域外)국가는 美.日.캐나다 뿐이고 이들 국가와의 정기대화 채널은 정치협력선언으로 규정돼 있다.
EU는 주로 과거 식민지였던 국가들과 경협.기술이전.GSP연장등을 제공하는 협력협정을 맺고 있지만 대등한 관계를 규정하는협약이나 협정은 없는 상태다.
따라서 다음달 말 韓-EU기본협력협정이 체결될 경우 한국은 EU와 대등한 자격의 협력협정을 맺는 첫번째 국가가 된다.
정부는 이에따라 협정초안의 명칭을 협력협정(Cooperation Agreement)이 아닌 기본협력협정(Frame Agreement)으로 정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더구나 美.日에 지나치게 편중된 대외통상 구조를 극복하고 새로운 경제 도약을 앞둔 시점에서 EU와의 관계격상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외무부 金光東통상심의관은『한국기업인들에게 EU는 문화적.지리적 거리감외에도 이미 구축돼 있어 더이상 파고들 수 없는 요새로 인식돼 있다』며 이때문에『우리의 경우 가장 큰 단일경제 시장인 EU와의 지난해 교역량이 미국의 절반 수준인 2백억달러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기술이전.수출다변화등 우리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결국 EU 시장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며『이점에서 美.日등과의 교역량이 감소하는 것과 달리 對EU 교역량이 해마다 2~6%씩 늘어나고 있는 것 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같은 현실을 감안,기본협력협정체결등 제도적 뒷받침이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제적 파트너로서의 관계강화를 위해서도 무역에 국한됐던 1세대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인적.문화적 교류등을 보다 활발히 할필요가 있다는 것.
EU 역시『한국은 한반도 긴장 완화추세에 따라 지금까지 국방에 소모됐던 엄청난 재원을 곧 민간경제에 투입할 전망』이라며『한반도의 엄청난 잠재력을 고려,아시아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는 상태다.
〈崔相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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