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첫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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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진은영(1970~) '첫사랑' 전문

소년이 내 목소매를 잡고 물고기를 넣었다
내 가슴이 두 마리 하얀 송어가 되었다
세 마리 고기떼를 따라
푸른 물살을 헤엄쳐 갔다



푸른 물살을 헤엄쳐 가는 물고기의 숫자를 셈한다. 다섯 마리 같기도 하고 여섯 마리 같기도 하고 그냥 한 마리 같기도 하다. 그런데 왜 소년은 목소매에 물고기를 넣었을까. 양털로 짠 벙어리장갑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그땐 겨울이 아니라 봄이었을까. 두마리의 하얀 송어도 송어일까. 그런데 두 마리의 송어는 왜 세 마리의 고기떼를 따라 갔을까. 물고기들은 그 강에서 또 얼마나 많은 물고기들을 만났을까. 물고기의 나라에도 전쟁과 굶주림이 있을까. 물고기들은 어디까지 헤엄쳐 갔으며, 물고기들은 그들이 좋아하는 보라색의 수초 사이에 얼마나 많은 알을 뿌렸으며, 물고기들은 어디쯤에서 헤엄치기를 멈추었을까. 헤엄치기를 멈춘 물고기는 물고기가 아닐까…. 생각하다 보니 소년이 목소매에 물고기를 넣은 것은 참 잘한 일이다.

곽재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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