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走出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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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쩌우추취(走出去)'. 중국 자본의 해외진출을 가리키는 말이다. 외국 자본의 중국 유치를 뜻하는 '인진라이(引進來)'와 대비된다.

'쩌우추취'는 2001년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언급하면서 주목받았다. 그러다 중국의 국가전략으로 공식화한 것은 2002년 9월 대외무역경제합작부의 세미나에서였다. 자본유출을 극도로 억제하던 종래의 정책이 이때 크게 바뀌었다. 외국인 투자를 끌어오는 데 주력하던 일방적 개방이 쌍방향으로 전환된 셈이다. 외국기업의 매수나 자본제휴를 통해 국제수준의 기술.설비.판매망을 확보하자는 목적이다.

그후 중국 정부는 대형 국영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적극 장려했다.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려는 란싱(藍星)도 중앙정부 직속의 기업이다.

위에서 한번 방향을 정하기만 하면 일사불란하게 몰려가는 것이 사회주의의 특성이다. 이는 '쩌우추취'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웬만한 중국 기업의 경영자들은 '쩌우추취'를 입에 달고 다닐 정도다.

지방정부도 마찬가지다. 상하이(上海)의 경우 시경제위원회에 '쩌우추취' 추진팀을 두고 업종별로 전담인력을 배치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중국 기업들은 프랑스.독일에서 유력 전자업체를 인수하거나 자본을 출자했다. 일본에선 중국 기업들이 대형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한국 기업도 타깃이다.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에 이어 자동차에도 손길을 뻗치고 있다.

중국 자본의 해외투자는 아직 1백억달러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단시간 내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 기업이 중국으로 넘어간다는 데 대해선 거부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미국 돈은 제국주의 냄새가 나 싫고, 일본 돈은 민족 자존심이 허락지 않고, 중국 돈은 첨단기술이 새나갈까 걱정된다는 식이다. 중국 돈을 이용해보자는 주장은 잘 들리지 않는다. 실리보다 정서가 앞서기 때문일까.

중국이 국가시책으로 외국기업을 사들이는데 우리만 거부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우리보다 더 나은 선진국 기업을 사들여 실력을 키운다면 당해낼 재간도 없다. '인격적인 투자자금'이란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남윤호 정책기획부 차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