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서평>"한국핵은 왜 안되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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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북한핵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몇개의 풀리지 않는 의문을 안겨주고 있다.
첫째,미국은 국제규정을 어기고 핵을 개발한 북한에게는 엄청난보상금을 마련해 주고,미국에 고분고분해온 남한에는 그 보상금을염출해 주라고 명(?)하고 있다.여기에 우리는 모멸감을 느껴야한다.과연 정부가 경수로건설 비용을 자처하고 나서야만 하는가.
둘째,북한에 경수로를 지어주면 그것이 곧 우리것이 된다고 생각할 만큼 정부는 통일을 확신하고 있다.통일이 되면 북한의 핵도 우리것이 될텐데 왜 막으려 하는가.
셋째,경수로는 미국이 건설해 주게 돼 있다.민족의 이익을 생각한다면 북한 경수로는 미국이 건설해 주게 돼 있다.민족의 이익을 생각한다면 북한 경수로는 G7국가로 하여금 지어주도록 하고 우리는 별도 사업을 만들어 추가로 돈을 지원해 주어야 북한에 더 많은 돈이 가지 않겠는가.
넷째,북한은 미사일.화생무기.핵무기라는 굵직한 안보 수단을 가지고 있지만 남한은 가진게 없다.우리의 재래식 전력은 이들의적수가 아니다.앞으로 국민은 무엇을 믿고 살 것인가.
다섯째,북한은「카드외교」로 北-美간에 차려진 밥상에 끼어들어눈총만 받고 있다.북한의 주체성이 돋보이고 있는 반면,남한의 對美 종속적 자세는 비굴하게 비춰지고 있다.젊은이들에게 반미감정과 주체사상을 확산시키고 있는 주체는 바로 정 부의 對美 종속 자세가 아닐까.
여섯째,우리는 핵을 가진 나라들로 둘러싸여 있다.통일이 되면핵이 있는 통일국가가 더 좋은가 핵없는 통일국가가 더 좋은가.
수많은 기고가 있었지만 아무도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한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논리와 비전이 없기 때문에 국민은 불안하기만 했다.다행히 김태우 박사가『한국핵은 왜 안되는가』라는 책을 펴냈다.이 책은 위의 여섯가지 문제들에 대 한 어느 정도비전을 제시하고 있다.기존의 논의들이 개연적이고 단편적인데 반해 이 책은 분석적이고 포괄적이다.같은 공부를 해도 논리는 전개자의 스케일 만큼 다르게 나타난다.정부의 논리가 화살이라면 이 책은 대포에 비유될 수 있을 것 이다.
金박사는 이 책에서 다양한 시각을 제시했다.북한은 핵무기까지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아무것도 가진게 없는「침없는 고슴도치 신세」가 되었다고 진단했다.핵무기와 무관한 농축및 재처리 권한까지 스스로 집어내 던진 것은 마치 화장실 없는 집에서 살고 있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고 비유했다.
이 책은 이렇게 지극히 균형감 있는 분석을 담고 있다.그러나그의 이러한 주장들은 현 정권으로부터 박해를 받았다고 한다.이는 두가지 이유때문일 것이다.첫째는 그의 시각이 정부의 시각과정반대이기 때문일 것이다.이 책은 사사건건 정 부 시각이 얼마나 비뚤어져 있는지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둘째는 그가 대통령의 권위에 도전했기 때문일 것이다.그는 이스라엘의 벤구리온,인도의 네루,일본의 나카소네,프랑스의 드골을 핵의 영웅으로 높이평가했다.미국의 압력에 끝까지 맞 서 핵주권을 획득해서 국가를건졌고 민족의 자존심을 세웠으며,우리는 지금 핵을 아는 대통령을 절실히 요구한다고 직언했다.
이 책은 고객만족 차원에서 몇개의 단점을 가지고 있다.첫째,같은 내용이 여러번 중복되었는가 하면,한 줄기의 논리가 여기 저기에 분산돼 있다.둘째,직계 논리를 부각시키려면 방계 논리를과감히 버려야 박진감을 줄 수 있다.
저자가 될수록 많은 지식을 전달하고 싶은 욕심에서인지 이 사실을 소홀히 해서 다소 지루했다.셋째,이 책에는 저자의 투쟁사가 혼합돼 있다.이로 인해 부각시키고자 하는 요지가 흐려지고 있다. 집필 동기가 자칫 개인적 투쟁기를 부각시키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필요한 오해도 야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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