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인물탐구>"사랑의향기"친정어머니役 김영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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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결혼한 딸이 친정어머니에게 첫 임신 사실을 알려줄 때의 심정.마치 선물포장을 조심스레 내밀며 상대의 기쁨을 그려보는 두근거림 그 자체일 것이다.그러나 SBS『사랑의 향기』에서 영진(최진실)의 어머니 서명희(김영애)가 보인 반응은 그같은 스테레오타이프를 거부한다.그리고 숱한 안방 母女들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너희들,지금 애를 가져야 할 처진지 아닌지 그런 거 생각해본 적있니』『너희 살고 있는 집은 창고야.방바닥이 아니고 마룻바닥이라 불을 땔 수도 없는 창고.그런데서 애를 낳아 기를 수있니.』첫 손주를 얻는 기쁨에 찬 모습을 기대했던 영진은 어머니의 어이없다는 표정에 당혹스러워 한다.
그리고 어머니 김영애는 영진을 똑바로 쳐다보며 평생 가슴에 못박힐 한마디를 던진다.『지워… 수술비없으면 엄마가 마련 해줄테니까.애가 급한게 아니잖아.니네 그런 계획도 안세웠어.』 이부분을 놓고『김영애를 이해할수 있다』는 편과 극중 영진의 반응처럼『아무래도… 엄마가 어쩌면 그런 말을 할수 있느냐』는 융합하지 못할 二分현상이 드러난다.
극중 김영애를 한번 거슬러 가보자.그녀는 극중 집안의 반대를무릅쓰고「없는 남자」에게 시집가 갖은 고생을 한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그런데다 남편마저 일찍 병사해 세 남매를 키우느라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지금은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는 인물.인간「김영애」는 주변사람들에게 자상하고 친절한 인물이지만 유독 딸에 대해서만은 사고의 궤를 달리 한다.자신의 극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가난한 대학생(이병헌)과 결혼한 딸이 자신과 똑같은「예정된 길」을 밟을까 우려를 넘어 딸 의 운명을 「관리」해 나가려 한다.그것만이 그녀가 딸을 위할 수있는 최고의「사랑法」이며첫 외손주의 유산을 강권하는 것마저 지극히 현실적인 딸사랑의 방법이라고 확신을 품는다.
〈崔 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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