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패튼 大전차군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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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제3의 사나이』『황야의 결투』는 원근법의 모범같은 마지막 장면으로 오랫동안 유명했고,타이틀백이 돋보인 영화도 많았지만 프롤로그로 내세운 첫 장면이 압도적 인상을 남긴 것은 1970년 7개의 아카데미상을 휩쓴『패튼대전차군단(Pat ton)』이아마도 처음이리라.
이 작품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가 각색 작업에 참여하고 프랭클린 샤프너가 감독해서 여배우는 한명도 출연시키지 않은 전쟁영화다. 영화가 시작되면 다짜고짜 시네마스코프 화면 가득히 성조기가 나오고 조지 C 스콧이 상아로 손잡이를 붙인 쌍권총을 차고 무대로 걸어 올라와 경례를 붙이고나선 『미국인은 전쟁을 좋아하고 패배를 좋아하지 않는 국민』이라는 연설을 늘어놓 는다.
관객은 그 한 장면을 가지고 이제 어떤 극적 인물에 대한 어떤영화를 보게 될지 완전히 준비가 갖추어진다.이 영화는 살아있는동안 이미 전설이 되어버린 실존인물 패튼 장군이라는 강렬한 개성의 소유자가 볼거리이지 무슨 줄거리나 상황 전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이미 확실해진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주인공은 어떤 인물인가.교만하고 당당하며안하무인이고,전쟁 공포증에 걸린 겁쟁이 병사를 때려 말썽을 일으키고,다리를 막는 노새가 있으면 쏴죽이고,생명보다 전쟁을 사랑해 스포츠 삼아 즐기는 인물이다.
전쟁의 공포를 인정하지도 않으며 남에게 용납하지도 않고,『불가능한 일만 골라서 해왔다』고 큰소리 치고,눈이 그치고 날씨가걷히도록 기도하라고 군목에게 명령하고,「영웅이 없는 전쟁은 단순한 살육」이라고 믿으며,「마지막 전쟁,마지막 전투,마지막 날,마지막 시간,마지막 총탄에 맞아 죽는 것」이 소원인 군인이다.나폴레옹 같은 옛날 장군들과 영혼의 교감이 이루어진다며 윤회설을 믿고,전쟁은 승리하기 위해 하지 패배하기 위해 하는 것이아니라 믿고,시를 잘 쓰는가 하면 욕도 잘하고,결사적 전투를 하면 신이 나고,동키호테적 낭만주의자고,구식 전쟁을 하고 싶어옛날이 아니라 20세기에 태어난 것을 억울해하는 군인.이보다 흥미있는 주인공이 또 어디 있을까.
『패튼대전차군단』이 성공을 거둔 다음 제작자 프랭크 매카티가패튼처럼 역시 카우보이 기질이 있는 군인을 주인공으로 삼아『맥아더』를 만들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저녁식사를 같이 한 적이 있다.그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영웅적 군인은 그 인물 자체가 한편의 영화입니다.』 安正孝〈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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