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들은 규제완화 왜 망설이나-자신의 권한축소 인식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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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일본의 국제경쟁력 가운데 정부 부문은 17위,한국 정부는 30위.세계경제포럼(WEF)이 세계 주요 41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매긴 순위다.일본이나 한국이 「정부의 규제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이미 오래.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의 규제행정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도대체 이유가 뭘까.日本經濟新聞은최근 「규제완화와 관료의 저항」이라는 제목의 시리즈를 통해 정부의 변화를 어렵게 만드는 숨겨진 메커니즘을 규명했다.다음은 기사요약.
관료들이야말로 규제완화를 막는 주요 원인중 하나다.규제의 대상이 되는 민간기업은 규제완화로 인해 이익을 볼 수도,아니면 손해를 볼수도 있다.그러나 규제완화로 이익을 보는 관료는 없다.규제는 관료의 일 자체이며 규제완화는 자신의 업 무를 줄이는것이기 때문이다.
행정부처에서 일거리가 사라지면 사람이 줄어들고 다음에는 예산이 삭감된다.이에 따라 권한도 사라지게 마련이다.
공무원이 필사적으로 규제완화에 저항하는 또다른 이유는 일본의행정부처가 철저히 縱的 구조를 이루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일본의 공무원은 한번 특정 부처에 들어가면 30~35년간 그대로 붙박이가 된다.부처간 교류인사는 없다.퇴임해 도 출신 부처와의 인연을 끊을 수 없다.사무차관을 제외한다면 대체로 50세전후에 부처를 떠나는데 이들의 뒤를 돌봐주는게 출신부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부처 인사부는 퇴직자의 산하단체에 대한 낙하산 인사,밀어 넣기가 주요 임무다.처음에는 부처 산하의 특수법인이 선택되며 다음으로는 인허가 법인이 물망에 오른다.최근에는 각 부처가 재단법인이나 사단법인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데 퇴직자 일자리 마련이 숨은 목적이다.
그래도 모자라 인허가권에 목을 매달고 있는 업계 단체나 민간기업에도 보내야 한다.사정이 이러니 관료는 재임중이나 퇴직후나출신 부처와의 관계가 그대로 유지되는 셈이다.
이처럼 현역 관료들로부터 생계 지원을 받는 퇴직관료들에겐 대신 어떤 보상이 요구될까.다른 무엇보다 각종 개혁심의회등에서 실력이 발휘된다.규제완화를 논의하는 행정개혁심의회등에는 대부분관료 OB가 배치된다.선택된 퇴직관료는 일단 창 끝이 출신 부처로 향해지면 각종 기술적 논거를 동원,맹렬하게 반대한다.그런후 출신부처에 심의내용과 대책을 전달해준다.
심의회의 정보를 낱낱이 알고 있는 현역관료는 곧바로 자기 부처에 불리한 발언을 한 다른 심의위원들을 대상으로 설득 공작에들어간다.해당 심의위원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사람을 찾아 帶同하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다.
관료들의 자기보전은 거의 본능에 가깝다.가능한한 많은 선배를먹여살리려면 많은 일이 필요하다.이런 까닭에 인허가권은 설령 수명이 다한 것이라도 붙잡고 늘어져야한다.민간기업과의 양호한 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그래서 되도록 기업들로 하여금 상담하러오도록 만든다.관청에 신세를 지고 이득을 봤다고 생각하는 이들이야말로 규제완화파에 대한 일급 저항세력이다.
〈李信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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